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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9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
- 2008.08.29 Teddy Wilson
- 2008.08.29 애니타 오데이(Anita O'day)
- 2008.08.29 Eddie Condon
- 2008.08.29 Mel Torme
- 2008.08.29 Glenn Miller
- 2008.08.29 Jackie & Roy
Lionel Hampton
그 밀트 잭슨이 데뷔할 당시, 비브라폰 주자로서 재즈계에서 군림했던 뮤지션은 라이오넬 햄프턴이었다. 아니 비브라폰이라는 악기를 재즈에 도입하여 기본적인 주법을 확립한 사람이 바로 햄프턴이었고 이미 그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밀트 잭슨은 그 거대한 선구자의 스타일을 파괴하고 자신의 새로운 이디엄을 명료하게 제시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밥 무브먼트 그리고 MJQ는 그의 유효한 무기가 되었다.
그렇게 보면 햄프턴에서 잭슨으로 그리고 버턴으로 이어지는 비브라폰 주자의 역사적 추이는 다른 악기의 완만하고 집단적이며 대하적(大河的)인 계승성에 비해 개인간의 개성의 대비와 갈등이 보다 더 선연하다. 연주자의 절대수가 적은 마이너 악기인 만큼 일인일당(一人一堂)의 요소가 짙고 늘 고독한 긴장감이 강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는 옛날부터 비브라폰이란 악기를 좋아했다.
헴프턴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스윙 밴드 시대의 발랄한 연주는 높이 평가받았으나, 전후에는 "그저 멋들어지게 노래할 뿐 아닌가", "지나치게 CM으로 흘렀다"는 이유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홀대를 받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노만 그랜츠 Clef-Norgran 레이블로 녹음한 일연의 스몰 캄보 연주(백은 오스카 피터슨, 레이 브라운, 버디 리치 등 예의 그랜츠 악단의 "무엇이든 좋아요'의 리듬 섹션)가 마음에 들어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일이 많은데, 이 레코드들도 세상 사람들의 입에는 거의 오르내리지 않는다.
하기야 이 무렵의 햄프턴의 음악에서는 혁신성이 거의 사라져서 어떤 곡을 들어도 대개 비슷하다. "뜨뜻미지근하다"고 표현한다면 반박할 말도 없었지만...... 그러나 타악기 비브라폰의 본질적인 특성으르 낙천적이고도 명쾌하게 전면에 부각시킨 햄프턴의 연주 스타일은 나름대로 바람직하고 들어서 기분이 좋다. 뜨뜻미진근할지도 모르겠으나, 회고에 물들지 않고 또 시류에 휩싸이는 일도 없다. 늘 하나의 완결된 언어가 있고, 그것은 보수나 혁신과는 다른 차원이므로 좀더 평가받아도 좋지 않을까? 오늘날에, 시대와 함께 비참하게 바람처럼 사라져간 무수한 '혁신성'의 과연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닐까?
주안점을 '신난다'는 데에 둔다면, 나는 임펄스의 "You Better Know It!!!"를 좋아한다. 1964년에 녹음한 앨범인데, 클라크 테리, 벤 웹스터, 같은 베테랑이 전열에 진을 치고 오랜만에 마음껏 스윙한다. 행크 존스도 좋다. 연주의 질도 높고 의욕도 충분하고, 신기하게도 퇴보적인 느낌은 전혀 없다. 요즘은 이렇게 "저력있는 어른들의 놀이" 같은 앨범을 별로 볼 수 없다. 신나고 아주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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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 Calloway
Singer Cab Calloway at the Cotton Club on New Year's Eve.
Cab Calloway
또 작곡가 조지 거쉰 그의 포크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서 캡 캘러웨이를 모델로 한 '스포팅 라이프'란 유니크한 등장 인물을 설정하여 그 역을 캡 캘러웨이 자신이 연기하도록 하였다. 이쯤 되면 캡 캘러웨이란 인물이 지니고 있는 특이함은 시대를 초월하고 음악 스타일을 초월하여 일종의 전설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실체이고 어디까지가 반복된 이미지인지 그것조차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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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
나는 옛날부터 자기가 작곡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를 좋아해서, 매트 데니스, 보비 툴프, 조니 머서, 호기 카마이클 등의 곡을 즐겨 들어왔다. 그렇다고 결코 미성도 아니고 테크닉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공통성이 있다. "뭐 그렇게 잘 부르지 않으면 어떠냐?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하는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내게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적당한 수줍음 같은 것이 엿보이는 점도 역시 호감이 간다. 봅 딜런과 폴 사이먼이 데몬스트레이트용으로 기타를 퉁기며 노래한 테이프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카마이클은 1920년대에 인디애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한편, 대학 재즈 밴드를 주재했는데, 대학에 연주하러 온 빅스 바이더벡을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여 공부도 집어치우고 그대로 프로 뮤지션이 되었다. 천재 빅스는 몸이 부서져라 파멸적인(그리고 매력적인) 인생을 살고 있던 터라,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책상 물림 호기는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삶을 두 눈으로 보고는 흠빡 빠져들고 말았다. 흔히 있는 얘기이다. 하기야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굉장한 삶을 보았으니 대학 공부 따위는 답답하고 따분해서 견디겠느냐구요. 그 덕분에 미국 음악은 "Stardust"와 "내 마음의 조지아Georgia on My Mind"같은 눈부신 명곡을 거머쥐게 되었다.
목소리를 들어 알 수 있듯이 호기 카마이클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영원한 은둔자'같은 분위기가 있다. 아마도 곡의 인세가 정기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일 테지만, 젊은 나이에 일선에서 물러나 헐리우드에서 살면서 가끔 영화에 출현하거나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두권의 자서전을 쓰면서 아등바등 일하지 않고 "스타더스트"의 카마이클로 유유자적하게 개인적인 인생을 보낸 듯 하다.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적으로도 "남을 밀어 넘어뜨리면서까지" 앞서려는 타입은 아니었던 탓이리라. 말하자면 빅스와는 대조적인 인생을 보낸 셈인데,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60년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 "라라미 목장"에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하여 일본에서도 유명했졌다. 한번 일본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텔레비전에서 "스타더스트"를 노래하는 The Pinuts를 보고는, 두 조그만 소녀가 자기 노래를 부르는 앙증맞음에 감동하여 일부러 분장실까지 찾아가서 만난 일은 전설이 되었다.
카마이클은 자작곡을 노래한 앨범이 몇 장이나 있는데, 나는 V디스크 판에 들어 있는 "6월의 멤피스"를 좋아한다. 스스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목소리로 아련하게 흥얼흥얼 노래한다(휘파람도 분다)성품이 그대로 노래에서 배어나온다. "스타더스트"는 피아노 연주뿐이지만(노래가 없다) 그래도 상당히 멋이 있답니다.
Georgia, Georgia
The whole day through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Georgia on my mind
Georgia, Georgia
Just this song of you
Comes as sweet and clear
As moonlight through the pines.
Other arms reach out to me
Other eyes smile tenderly
Still in peaceful dreams I see
The road leads back to you.
My Georgia, My Georgia
No peace I find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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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dy Wilson
하지만 단골가게에서 점차 발길이 멀어지듯이, 어느 순간 테디 윌슨의 음악을 더 이상 듣기 않게 되었다. 가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의 피아노 연주가 흐르면, "아아, 테디 윌슨이군. 멋진 연주야" 하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집에 돌아와서까지 레코드 선반에서 테디 윌슨의 옛 레코드를 꺼내 절실한 기분으로 듣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너무 들어 싫증이 난 것은 아니다. 요컨대 현실세계가 진행하는 속도와 윌슨의 음악이 진행하는 속도가 너무 크게 --- 마라톤 실황중계에 비유하면, 앞 마라토너의 '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 간극이 벌어지고만 탓일 것이다. 좀더 간단하게 말하면, 테디 윌슨이 연주하는 음악에 차분하게 귀를 기울이기에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너무나 분주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테디 윌슨의 음악이 고리타분하고 현대적인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시대와 동떨어져 오히려 마음에 스미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의 음악이 품고 있는 온기는 기억으로 내 마음속에 아직도 단단하게 남아 있고,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테디 윌슨의 피아노에 열심히 귀기울이는 고독하고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비록 그 수는 아주 적을지라도.
하지만 말이다, 단순히 그것뿐인 것은 아니다. "얘기를 잘 하는 사람은 동시에 듣기도 잘한다"는 말이 있는데, 윌슨의 피아노야 말로 그렇다. 그의 피아노는 그저 무언가를 유창하게 얘기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얘기하면서, 청중이 품고 있는 "얘기되지 않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집어냄으로써 따뜻하게 그들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인다. 거기에는 숨쉬는 가슴이 있고 성실한 영혼이 있고 말로는 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주고받음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때로 그의 연주 스타일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장치를 감지하는 것이리라.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장치이다. 간혹 "테디 윌슨의 음악은 뭘 들으나 똑 같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때 나는 "테디 윌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테디 윌슨이 테디 윌슨처럼 연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까요?
테디 윌슨의 피아노 트리오 레코드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컬럼비아 판이다. 한 곡 한 곡 명쾌하게 이해되는 연주의 푸근함은 누가 무어라고 하든, 다른 피아니스트에게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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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타 오데이(Anita O'day)
빌리 홀리데이 이후에 등장한 백인 여성 재즈 가수들 중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애니타 오데이의 이름을 들 것이다. 크리스 코너나 준 크리스티, 헬렌 메릴도 저마다 매력적인 가수이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애니타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애니타의 탁월한 점은 누가 무어라고 해도 그녀가 부르는 곡은 거의 모두가 결과적으로 "재즈가 된다"는 데에 있다. 여성적인 정서나 미색보다는, 또는 문예적인 표현보다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재즈 혼의 발로가 그녀의 중요한 미덕이다. 프레이징은 때로 멋대가리가 없을 정도로 혼 라이크, 목소리의 질은 가칠가칠하고 음정도 절대로 내놓고 칭찬할 만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노래는 재즈가 된다. 그렇게 한결같이 "특별한 것 없음"을 나는 좋아한다.
다른 백인 여성 가수들은 종종 눈을 지그시 감고 분위기에 몸을 맡기도 그리고 음악에 잠기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좋든 나쁘든. 아마도 성격 탓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제공하는 음악 속에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건 이쪽, 저쪽"이라고 구분한다. 때로는 너무 분명하여 음악의 물기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적마저 있다. 그 부분이 사람에 따라서 선호도가 갈리는 분기점이리가. 애니타 오데이는 빌리 홀리데이의 영향을 짙게 받은 가수이지만, 빌리 홀리데이는 애니타처럼 애매한 부분을 과감하게 없애면서도 동시에 음악을 대범하게 부르고, 그 지점에서 다시 되돌아 영혼의 무명(無明)의 깊이에까지 내려가는 중층성(重層性)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애니타는 --- 정확하게는 '다른 그 누구도' --- 그만큼 그릇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애니타의 노래는 그 음악적인 올곧음으로 내 마음을 감동시킨다. 가장 멋진 예가 영화 "한여름 밤의 재즈"에서 그녀가 "Sweet Georgia Brown"을 노래하는 유명한 장면일 것이다. 재즈 보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낮의 야외 콘서트 무대에서 그녀가 어수선한 청중의 관심을 서서히 자신의 음악속으로 이끌어들이는 모습이 리얼하게 기록되어 있다. 긴박감을 품은 그녀의 올곧은 노래는 여기에서 하나의 절정을 맞이한다. 어쩌면 높이가 한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이며 인간미가 넘치는 높이이다. 그 장면 하나로 애니타는 재즈계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애니타 오데이가 자신의 그런 내적인 긴박감을 끝가지 견디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 탓에 그녀는 마약에 고통 받고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음악에는 그녀만의 진지함이 새겨져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시카고의 조그만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 트리오와 더불어 녹음한 조 알바니의 아려지지 않은 가곡 "고독한 우물 Loneliness Is a Well"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찡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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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ie Condon
Eddie Condon
지금 세상에 에디 콘던의 팬이 어느 정도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많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눈을 감고 그의 연주를 알아맞출 수 있는 사람은, 설사 있다고 해도, 극소수일 것이다.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연주였다고 하니까, 필시 재즈 정신에 투철한 리듬을 새겼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가능한 한 눈에 띠지 않도록 배경에 녹아 있기를 고집한 듯, 아무리 열심히 귀를 맑게 해도 연주의 특징이 잡히지 않는다. 참 묘한 사나이이다.
콘던 명의의 레코드 중에서 나는 이 "Bixieland"--- 빅스 바이더벡의 노래를 모아 연주하고 있다. ---를 좋아한다. 연주도 멋지지만, 콘던 자신이 쓴 해설이 상당히 재미있다. 예를 들면 멤버 소개 중에 버드 프리맨이 등장하고, 악기는 utter silence라고 되어 있다. 즉 '완전한 침묵'이다. "실제로 그날 버드 프리맨은 없었습니다. 그때 그는 다른 가게로 유배를 당했었죠. 그래도 재킷에 그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니 기쁘군요. 특히 버드 자신이 그렇겠죠."
그리고 그날의 스튜디오에는 시바스 리걸이라는 목사가 한 사람 같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친밀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모두들 그를 환영했다고 한다. 물론 "모두들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면서 연주를 했다"는 뜻이다.
늘 단골의 낯익은 명인 명수들이 능숙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질 높은 연주를 펼친다. 콘던 씨는 녹음의 주재자로 전혀 빈틈이 없다. 뿐만 아니라 연주의 구석구석에 빅스에 대한 모든 연주자들의 경외감이 충만하고, 그 친밀한 분위기가 듣는 이의 마음에 우아하게 전해진다.
빅스의 음악을 진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앨범의 연주법에 다소 불평을 할지도 모르겠다. 빅스가 아닌 어떤 유의 절실함을 여기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행복한 것이 아니냐"라고 그들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콘던 자신도 어는 정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들은 빅스를 모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뮤지션들은 다만 빅스를 기리기 위해서 모였고, 그의 음악을 연주하며 즐겼던 것이라고.
"아무튼, 미안하다고 누구에게 고개 숙일 마음은 없고, 그 점은 시바스 리걸 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콘던은 말한다. 우리도 시바스 리걸 씨의 힘을 빌려 까탈스럽게 뭐라뭐라 잔소리 하지 말고, 그저 여기에 있는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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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 Torme
멜 토메는 나이가 들어서도 예풍(藝風)이 시들지 않은 사람이었다. 경묘하고 세련된 스타일은 젊은 때부터 죽기 직전까지 변하지 않았다. 인생의 연륜이니 고담(枯談)의 경지니 하는 그런 따위에는 서툴렀던 것 같다. 일일이 까다롭게 굴지 않고, 그러면서도 까다로운 것을 매끄럽게 해낸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입가에는 늘 온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뉴욕의 멋쟁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멜 토메는 원래 드러머였고 버디 리치는 원래 가수였다. 둘 다 같은 시기에 드럼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다. 둘은 사이 좋은 친구였으므로, 라이벌 관계에 놓이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느 날 의논했다. '버디, 나는 노래만 할 테니까, 자네는 드럼만 치라구.'...... 이렇게 합의를 보았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어느 시점부터 멜 토메는 오로지 가수로, 리치는 오로지 드러머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이름을 날렸다. 결과부터 얘기할 수밖에 없다면, 그 반대가 되었을 때보다는 더 나았을 것이다.
멜 토메가 남긴 대부분의 앨범은 세련된 재즈 향으로 가득해서 딱 한 장을 대표작으로 고르기는 어렵다. 멜 톤즈를 거느린 초기 연주도 싱그럽고 신나고, 50년대 베들레헴 버브 시대는 기력이 충만하고, 60년대 애틀랜틱의 앨범은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만년의 연주도 "어째 좀 너무 잘 부르는 거 아냐"싶은 느낌만 빼면 불평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전제하에서 개인적인 편견을 앞세워 고른다면, 나는 "Ole! Torme"를 좋아한다. 당시 유행했던 열두 개의 라틴 곡들을 그러모은 기획물인데, 쉽다면 쉽지만, 빌리 메이의 편곡이 상당히 멋지다. 멜 토메 하면 금방 마티 페이티의 지적이며 친밀한 중형 캄보의 연주가 떠오르는데, 물론 그것은 나름대로 멋지지만,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역시 싫증이 난다. 그에 비하면 약간은 거칠게 앞으로 고꾸라질 듯한 리듬감으로 전개되는 빌리 메이의 사운드는 토메의 등을 떠밀어, 이 앨범에 여느 때와는 정취가 다른 '박력'을 선사하고 있다. 발랄하고 세련됨, 완벽한 콘트롤, 고상한 취향 등 일반적인 멜 토메의 세계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멜 토메가 빌리 메이와 좀더 많은 녹음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가수는 노래의 품격이 프랭크 시나트라 쪽으로 기울까봐 꺼려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 한 모퉁이의 깔끔하고 아담한 나이트 클럽, 모피 코트, 샴페인과 칵테일, 그것이 멜 토메가 살았던 세계였다. 라스베가스의 대형 홀에서 노래한 시나트라적인 사운드는 그가 추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점이 그가 멋쟁이 중의 멋쟁이라고 하는 이유겠지만, 약간 아쉬운 마음을 어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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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의 음악은 재즈라기보다는 "재즈의 이디엄을 뿌려놓은 댄스뮤직"이라고 하는 편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당대에 인기를 양분했던 베니 굿맨 악단만큼의 혁신성도 없고, 적어도 레코드로 듣는 한, 그의 음악은 스윙하지도 않는다. 고작해야 소슬바람에 나부끼는 얇은 레이스 커튼 정도의 기품 있는 스윙이다. 악단에는 탁월한 뮤지션이 상당히 많았지만, 박진감 있는 솔로는 혀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일반적인 재즈 팬이 밀러 악단의 음악에 진지하게 귀기울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밀러 악단이 남긴 몇몇 연주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지닌 아름다운 양질의 음악이란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젊은 연인들에게 그의 음악은 아주 '실용적인' 음악장치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연주가 재즈이든 재즈가 아니든 그들에게는 거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남녀가 포옹을 하고서 아름다운 저녁 한때를 보내기 위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스윙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었다.
내가 십대 초반이었을 때, 코베의 라디오 방송에 매일 밤 두 시간 동안 팝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엘비스 프레슬리와 봅 딜런 같은 팝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사이에 가끔 글렌 밀러의 곡이 흐르곤 했다. 예를 들면 "Hound Dog" 다음에 "진주 목걸이Srting of Pearls"나 "In the Mood"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온 일본이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코베란 도시가 그런 점에서 비교적 특수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튼 1960년 초반에 글렌 밀러의 곡은 내게 '현역' 팝송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글렌 밀러가 남긴 한 다스 정도의 히트 송은 오랜 옛날의 고전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운' 이제 이곳의 곡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란 첫 소설을 썼을 때, 나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타이틀 백에 흐르는 음악은 "월광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가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는 공기 주머니 같다고 해도 좋을 의고적(擬古的)인 공기가 있다. 내 머리 속에서 그 시대의 코베 풍경은 어딘가 모르게 "월광 세레나데"적이다. 그곳은 마치 어느 시대의 어느 곳도 아닌 곳처럼 느껴진다.
1962년에 녹음된 "Silver Jubilee Album"에서는, 레이 에바르, 텍스 베니키, 모더네아즈와 같은 밀러 악단의 과거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밀러 사운드를 찬란하게 재현한다. 여름의 해질녘에 잔을 기울여 쌉싸름하고 시원한 샤블리스를 마시면서 이런 음악을 들으면 "스윙 같은 것 안 하면 어때"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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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ie Hancock (0) | 2008.08.29 |
Jackie & Roy
나는 재즈 코러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키와 로이의 레코드는 거의 가지고 있고 오래도록 애청하고 있다. 아무튼 노래 솜씨가 훌륭하고(특히 재키의 자연스러운 미성은 매력적이다), 테크닉도 넘쳐 흐르고, 로이 크랄의 편곡도 세련되었다. 그런저런 사연으로 재키와 로이의 작품은 어떤 곡이든 들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이건 어째 좀"하고 고개를 꺄우뚱해지는 곳이 없는 것이다. 40년대 후반, 찰리 벤트라 악단 시대의 풋풋하고 발랄한 보컬도 버리기 어렵고 컬럼비아 시대의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노래도 불평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딱 한 곡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그들이 1950년대 중반에 스토리빌 레이블로 남긴 두 장짜리 LP를 고를 것이다. 결혼한 후 벤트라 악단을 그만두고 둘이서 보컬 팀을 구성하여 그야말로 기력이 충만했던 시대의 기록이다. 싱그러움과 음악적 성숙이 적절하게 뒤섞여 질은 높은데, 피곤하지 않은, 어른을 위한 음악이 여기에 있다.
"Storyville Presents Jackie and Roy"의 10인치 판에 수록된 여덟 곡은 조 모렐로 드럼과 빌 크로우의 베이스가 백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1955) 뉴욕의 힉코리 하우스에 매일 밤 출연하여 마리안 맥파틀랜드 트리오의 정규 멤버였다. 로이 크랄이 그 연주를 듣고 매료되어, 제발 부탁이라며 애원하여 이 두 콤비를 빌려 녹음 스튜디오로 데려왔다. 로이 자신이 피아노를 담당하고, 명수 배리 갤브레이스가 장인적이면서도 차분하게 기타를 연주했다. 혼은 없었다. 이 리듬 섹션이 실로 멋지다. 오랜 전부터 죽 같이 연주한 사람들처럼 밀고 당기는 호흡이 딱 들어맞는다. 특히 "Thou Swell"과 "Season in the Sun"에서 경쾌하고 밝은 재키와 로이의 노래 뒤로 들리는, 모렐로의 온갖 기교를 다한 연주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상쾌하다.
그 모렐로의 명인적인 재주는 "Hook, Line and Snare"(로이 크랄 작곡)에서 정점에 달한다. 이 트랙에서는 주객이 바뀌어서 재키와 로이는 모렐로의 긴 드럼 솔로의 배후로 물러나서 득의의 스캣으로 참신한 코러스를 하고 있다.
이 레코드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정도로 세련되고 고도로 기술을 구사하는 음악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창출한 미국이란 토양(뉴욕이라고 한정이어야 할까?)에 그리고 그 특별한 시대에 새삼 경의와 감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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