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1:53

Herbie Hancock

Herbie Han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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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후반의 "농밀했던" 재즈계에서 "처녀항해Maiden Voyage"의 스마트한 앨범 자킷과 미래 지향적이며 청신한 사운드는 젊은 재즈 팬들의 마음에 선명한 각인을 남겼다. 마치 오랫동안 꽉 닫혀 있었던 집의 창문을 누군가의 손이 홀짝 열어젖힌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핸콕은 이후 재즈의 최전방에서 활약했고, 때로는 시대를 리더하는 훌륭한 작품을 상당수 발표했는데, 발표 당시 이 LP가 우리들에게 선물했던 싱그러운 숨결을 넘어선 그 무엇이 거기에 있었던가 하면 막상 그렇지는 않는 듯하다. 그의 이름을 내세운 많은 레코드들이 선을 보였지만,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앨범은 솔직히 거의 없었다.
  핸콕은 제로에서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음악가는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스타일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유형의 음악가였다. 나름대로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이기는 하되, 그렇다고 스스로 앞장서서 광원(光源)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따라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인력권 속에 있을 때에는 마일스가 발산하는 강렬한 혁신성에 정면으로 호응하고 또 대로는 대항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선열한 연주를 했지만, 그 태양의 열량이 감소하면서 핸콕의 음악의 방향성도 점차 산만해졌다. 연주 자체의 질은 높아도 군데군데 틀에 틈이 생기고 손버릇만 신경에 거슬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나는 다소 비판적으로 쓰기는 했으나, 블루 노트 시대의 발랄하고 스타일리쉬한 핸콕의 연주는 지금 들어도 전혀 퇴색하지 않았으니, 그가 융통성있는 감각과 재능을 지닌 일급 뮤지션이었음을 새삼 말해준다. 그에게는 아마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대였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음악을 그대로 음으로 바꾸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때 음악은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났을 것이다. "처녀 항해"를 들으면, 그런 낙원 같은 모습이 알알이 전해온다.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오중주단에서는 중진인 마일스와 웨인 쇼터가 빠지고 젊은 프레디 허바드와 조지 콜맨이 참가했다. 이렇게 멤버만 바뀌었는데도, 이 리듬 트리오는 실로 느긋하고 가볍게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음 하나하나에 부드러움과 환희와 자신감이 충만했다. 핸콕이나 다른 뮤지션들이나 모두 젊어, 잃을 것이 아직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미래는 그들 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이 레코드를 들으면 당시의 재즈 카페의 풍경이 떠오른다. 결국, 우리들은 마음속으로 누군가가 손을 뻗어 그 창문을 열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좀처럼 창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니 열리기는 했는데, 그 안쪽에 벽이 또 버티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처녀 항해"는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였다. 그들이 열어준 것은 진짜 창문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진자 공기였다. 간혹 그런 음악이 있다. 그것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처럼 우리들 마음속에서 언제가지고 빛을 잃지 않는다
.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Herbie Hancock
Maiden Voyage


Date of Release Mar 17, 1965 (recording) inprint

Ron Carter - Bass
George Coleman - Sax (Tenor)
Herbie Hancock - Synthesizer, Piano, Keyboards, Vocals
Tony Williams - Drums
Freddie Hubbard - Trum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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