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1:32

Ray Brown

Ray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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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브라운이 탁월한 테크닉과 재즈의 소울을 겸비한 위대한 베이시스트라는 것은 많은 재즈 팬과 평론가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재즈를 듣기 시작한 사람들 중에서 "다들 레이 브라운이 위대하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그렇게 위대하다는 거야?"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치 기타를 치듯이 경쾌하게 베이스를 연주하는"(빌 크로우씨의 얘기) 초(超)하이테크 베이시스트들이 우글거리는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레이 브라운의 사운드는 다소는 목가적으로 들리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앰프의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밥 시대에 베이시스트가 다른 악기의 음악에 뒤지지 않으려면 크고 굵은 소리를 내야만 했다. 그래서 브릿지를 높이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브릿지를 높이려면 손가락의 강인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복잡한 연주를 하기란 지난해진다. 그렇게 힘에 좌우되는 시대에 테크니션으로 일세를 풍미한 연주가가 오스카 페티포드이며 찰스 밍거스이며 레이 브라운이다.
  그러나 60년대에 들어서 앰프와 녹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코트 라파로가 베이스 연주의 개념을 크게 바꾸어버렸다. 그러나 시류의 변화에 무관하게 지금도 반듯하게 성실한 작업을 고수하는 정통파 재즈 베이시스트의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페티포드와 밍거스가 오래 전에 죽었으니, 지금은 레이 브라운이 그 대표 노릇을 한다. 만약 레이 브라운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들어보는 것이 좋으리라. "과연, 이것이 재즈 베이스 주자 본연의 연주로군"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이다.
  레이 브라운은 연주할 때에 불필요한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비지니스 애즈 유주얼"이라는 느낌으로 담담하게 연주할 뿐이다. 음 하고 감탄사가 새어나오는 기교적인 솔로도 있지만, 그는 테크닉의 진열대와 같은 과시성이 없다. 아주 은근하게, 연변이 좋은 사람이 세상사는 얘기를 하듯이, 은근히 굉장한 것을 제공한다. 베이스 연주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리듬을 새기면서 연주자들에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키는 데에 있다는 기본 개념이 그의 뼛속에까지 스며 있는 듯하다. 그 이외의 '양념'은 그에게는 "사소한 고객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서비스를 싱글벙글 즐기면서 제공한다. 그리하여 그의 연주를 들으면, 재즈를 재즈로 성립시키는 것이 덩어리가 되어 가슴속에 쌓인다. 위대하다기에 충분하다.
  레이 브라운을 듣고 싶다면, 역시 그가 가장 위대한 영웅이었을 당시의 연주가 좋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스카 피터슨의 기타 트리오 시대의 연주가 가장 멋들어지지만, 컴템퍼러리 "Poll Winners" 시리즈는 녹음 상태가 좋아 듣기가 쉽다. 이 트리오에서 브라운의 연주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자유로운 양질의 유머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음악은 인간성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다. 고뇌와 내적 성찰? 그런 것은 어디 다른 데나 가서 알아보세요.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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