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1:22

준 크리스티(June Chr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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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 크리스티는 애니타 오데이나 크리스 코너와 나란히 1950년대에 활약한 스탄 켄턴 악단 출신의 여성 가수였다. 그녀는 일본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도시적이고 지적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볍고 정묘하게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이른바 백인적인 노래를 구사했지만, '문체'는 조금씩 달랐으니, 그 점이 흥미롭다. 물론 그 문체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싫고 좋음이 갈린다.
 

 무수한 크리스티의 레코드들 중에서 한 장을 고르라면, "Something Cool"의 완성도를 고려하더라도, 나는 주저없이 "Duet"(1950년 녹음)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이 레코드만큼은 신기하게도 몇 번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크리스티의 노래 솜씨도 빼어나지만, 그에 뒤질세라 스탄 켄턴의 피아노 반주 역시 빼어나다. 클래식 음악에 비유하면, 슈바르츠코프가 제럴드 무어의 반주로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하는 것처럼 깊은 맛이 있다. 두 사람의 자유로운 마음의 움직임과 그 얽힘이 그대로 소리가 되어 들려 온다. 솔로 피아노의 반주만으로 노래한 재즈 보컬은 그밖에도 몇 사람이 있고 --- 예를 들면 엘라와 엘리스 러킨스, 토니 베네트와 빌 에반스 --- 그들의 연주도 전혀 나쁘지는 않지만, 크리스티와 켄턴의 콤비네이션에 비하면 애당초 그 출발점의 깊이가 좀 다른 듯한 기분이 든다.
 
 크리스티의 다소 설명적인 프레이징을 켄턴의 피아노가 뒤에서 품안 깊숙이 받아들여, 거기에 한점 한점 살을 붙여나간다. 남성미가 넘치는 피아노이다. 달변가이면서도 그 내면은 과묵하고, 상념을 담으면서도 어떤 선 바깥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 이 레코드가 녹음되었던 당시, 컨턴은 사십대 중반, 크리스티는 서른 살, 양쪽 다 남자와 여자로서 기름기가 오르기 시작한 때이다. 이 레코드에 수록된 아홉 곡의 발라드를 가만히 듣노라면, 당겼다가는 밀고 밀었다가는 당기는 남녀의 마음의 움직임이 온기와 함께 절절하게 전해온다. 크리스티와 컨턴이 당시 어떤 개인적인 관계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하기야 그런 것은 아무러면 어떠랴. 아무튼 거기에는 눈앞에 떠오르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고, 그런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에 또렷하고 깊게 남는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빈틈없는 연주라고 할지라도, 이야기가 없으면, 살과 피가 없으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나는 LP의 B면에 실려 있는 다섯 개의 곡을 잇따라 듣기를 좋아한다. 한밤에 혼자서 위스키 잔을 기울이면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Baby Baby All the Time"을 듣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끝내 시간은 흐르고, 모든 아름다운 마음도 언젠가는 재가 흩어지듯이 사라지고 무(無)가 된다. 우리들은 그 명백한 사실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 --- 어떤 특별한 경우 --- 그것은 조용한 진동이 되어 공기 중에 남고, 모양을 바꾸어 어디에선가 은밀하게 이어져 갈 수도 있다. 준 크리스티의 목소리와 스탄 켄턴의 피아노에 귀를 기울이면, 어째서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그것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리라.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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