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1:17

보비 티몬스(Bobby Timmons)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비 티몬스는 자기 명의의 신나는 피아노 트리오 앨범을 몇 장 가지고 있는데, 음악적인 스릴이란 점에서는 1960년을 전후하여 아트 블래키가 주재한 재즈 메신저스의 리듬 섹션을 담당했을 때의 연주가 단연 으뜸이다.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리더보다 반주를 맡았을 때에 보다 인상적인 연주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티몬스도 그런 연주가들 중의 한 명일 것이다. 재즈 메신저스 당시의 그는 아무런 주저없이 리 모건, 베니 골슨과 같은 동행 출신의 마음 맞는 젊은 동료들과 한껏 좋은 재즈를 들려주었다.


 재즈 메신저스를 떠난 티몬스는 한때 캐논볼 밴드에 들어가서 수많은 곡을 히트시켰고, 펑키 재즈 전문 피아니스트로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런데 자기 이름을 내건 트리오의 연주는 신나고 재미있긴 해도, 음악의 틀이 너무 꽉 짜여 있고 폭이 넓지 못한 탓에 듣다보면 진력이 나기도 한다. 당사자도 그런 한계를 느꼈는지, 펑키 붐이 지나가고 빌 에반스와 핸콕, 타이너 등의 신세대 피아니스트가 재즈의 중추를 담당하게 되고부터는 점차 알코올에 빠져들었다. 연주는 거칠어지고 급기야 마지막에는 한낱 촌스럽고 평범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말았다.


 뮤지션이 행복하게 음악적인 천수를 누리는 것은 --- 예를 들면 엘링턴이나 루이 암스트롱 --- 멋진 일이다. 그러나 작업은 고되고 변화도 무쌍한 재즈의 세계에서 그와 같은 예는 오히려 드문 경우일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짧게 빛났고 그들의 인생은 혹독한 장애물로 얼룩져 있다. 그렇게 몇몇 항성(恒性)의 확고한 빛과 유성(流星)의 순간적이고 위태로운 빛이 뒤섞여 전체적인 재즈의 지도를 선명하게 그리고 매혹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아무튼 보비 티몬스라는 피아니스트는 한정된 몇 년 동안의 눈부신 활약으로 재즈 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그것은 물론 찬란한 하나의 성취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성취를 이룬 삶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든 말이다.


 티몬스는 작곡가로서도 탁월했다. 그가 작곡한 "Dis Here", "Dat Dere", "Moanin"은 거뭇거뭇 펑키하고, 동료인 베니 골슨이 작곡한 많은 곡이 우수를 띠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불가사의한 멋을 지닌 건조한 유머 감각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은 "So Tired"이다. 아트 블래키의 앨범 "Night in Tunisia"에 수록되어 있는 이 곡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티몬스의 솔로는 적당히 억제가 살아 있어, 아삭아삭하고 상큼하다.


 아오야마(靑山)의 '바 라디오'에는 "So Tired"란 이름의 오리지널 칵테일이 있는데, 물론 이 곡의 제목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내용물은 진에 위스키와 기네스 맥주. 하루를 마감하는 지친 저녁 나절, 카운터에서 마시는 이 칵테일이 부드럽게 나를 걷어찬다.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하루키 재즈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비 맨(Herbie Mann)  (0) 2008.08.29
준 크리스티(June Christy)  (0) 2008.08.29
오네트 콜맨(Ornette Coleman)  (0) 2008.08.29
쟝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0) 2008.08.29
호레이스 실버(Horace Silver)  (0) 2008.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