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1:25

허비 맨(Herbie 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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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재즈 팬들 사이에서는 "성실하게 재즈를 추구한 50년대의 허비 맨은 들어줄 만한데, 60년대 후반에 들어서 성공을 거둔 후의 그의 음악은 너무 얄팍하다"는 평이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허비 맨 하면 'Memphis Underground'다!"라고 단언하는 사람인지라, 그런 주류파의 의견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래리 코옐, 소니 샤록의 농후한 더블 기타, 야, 멋있습니다.

 플륫이란 악기는 잼 세션에 포함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혼 악기에 힘이 달리게 되고, 음역도 좁고, 애당초 "없더라도 별로 상관없는" 악기이다. 그래서 플륫을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들은 재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음악적인 미끼 같은 것이 필요하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밥을 먹고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륫 하나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으니 대단하지 않느냐"고 나 같은 사람은 순순히 인정하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것일까?

 허비 맨은 60년대 들어서, 라틴 음악과 보사노바로 질주하여 "Coming Home Baby"를 히트시켰고, 마침내는 대담하게 (당시로서는) 일렉트릭 록을 도입하여 "멤피스 언더그라운드"에 도달했다. 그동안에 아프리카 음악에서 일본의 아악(雅樂)에까지 탐욕적으로 손을 댔다.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던 것이다. "좋아, 상업주의 노선으로 밀고 나가보자!"고 결심한 지 반달 후에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만약 허비 맨이 60년대에 히트 앨범을 세상에 내놓지 않았다면, 플륫은 클라리넷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악기가 되거나 재즈계의 다락방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허비 맨은 화려하게 활약했던 덕분에 많은 젊은이들이 플륫이란 악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한때 그것은 인기 악기로 군림하게 되었다. 나만 하더라도 플륫을 사서 학원에 배우러 다녔다. 영 신통치는 않았지만.

 "멤피스 언더그라운드"는 그렇다고 치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허비 맨의 앨범은 "Windows Opened"이다. 백은 비브라폰에 로이 에어즈, 베이스에 미로슬라프 비토우스, 기타에 소니 샤록, 드럼에 브루노 카 --- 이와 같은 당시의 레귤러 리듬 섹션이 강력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다. 참신하고 젊고 막무가내고, 거의 자기들끼리 노는 경지이다. 이들의 연주를 토대로 리더는 열심히 불어댄다. 허비 맨 자신의 연주 스타일은 딱히 새롭지 않지만, 그런 그룹 컨셉션을 주도하는 방식이 실로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곡도 당시의 팝송이 아니라 웨인 쇼터와 찰스 트리버 같은 신주류파의 음악을 의욕적으로 다루었는데, 이게 또 꽤 들을 만하다. 특히 비토우스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청신하고 파워풀하다. 리얼 재즈이든 커머셜 재즈이든,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들어서 기분좋고 신나는데, 나쁠 게 뭐가 있을까요?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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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bie Mann - Memphis Under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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