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2:55

Jackie & Roy

Jackie & 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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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 드문 미인인 재키 케인과 그의 남편 로이 크랄은 재주 많은 보컬 듀오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들은 세련되고 상큼하고 투명하고, 재즈 정신에 충만한 도회적인 음악을 창조했다. 흑인적이고 블루시한 끈적끈적함과는 인연이 없었고, 고뇌와 마음의 음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키와 로이의 음악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확실한 오리지널리티가 있었고, 손바닥을 떠올리고 싶을 정도로 싱그러운 생명감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재즈 코러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키와 로이의 레코드는 거의 가지고 있고 오래도록 애청하고 있다. 아무튼 노래 솜씨가 훌륭하고(특히 재키의 자연스러운 미성은 매력적이다), 테크닉도 넘쳐 흐르고, 로이 크랄의 편곡도 세련되었다. 그런저런 사연으로 재키와 로이의 작품은 어떤 곡이든 들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이건 어째 좀"하고 고개를 꺄우뚱해지는 곳이 없는 것이다. 40년대 후반, 찰리 벤트라 악단 시대의 풋풋하고 발랄한 보컬도 버리기 어렵고 컬럼비아 시대의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노래도 불평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딱 한 곡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그들이 1950년대 중반에 스토리빌 레이블로 남긴 두 장짜리 LP를 고를 것이다. 결혼한 후 벤트라 악단을 그만두고 둘이서 보컬 팀을 구성하여 그야말로 기력이 충만했던 시대의 기록이다. 싱그러움과 음악적 성숙이 적절하게 뒤섞여 질은 높은데, 피곤하지 않은, 어른을 위한 음악이 여기에 있다.
  "Storyville Presents Jackie and Roy"의 10인치 판에 수록된 여덟 곡은 조 모렐로 드럼과 빌 크로우의 베이스가 백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1955) 뉴욕의 힉코리 하우스에 매일 밤 출연하여 마리안 맥파틀랜드 트리오의 정규 멤버였다. 로이 크랄이 그 연주를 듣고 매료되어, 제발 부탁이라며 애원하여 이 두 콤비를 빌려 녹음 스튜디오로 데려왔다. 로이 자신이 피아노를 담당하고, 명수 배리 갤브레이스가 장인적이면서도 차분하게 기타를 연주했다. 혼은 없었다. 이 리듬 섹션이 실로 멋지다. 오랜 전부터 죽 같이 연주한 사람들처럼 밀고 당기는 호흡이 딱 들어맞는다. 특히 "Thou Swell"과 "Season in the Sun"에서 경쾌하고 밝은  재키와 로이의 노래 뒤로 들리는, 모렐로의 온갖 기교를 다한 연주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상쾌하다.
  그 모렐로의 명인적인 재주는 "Hook, Line and Snare"(로이 크랄 작곡)에서 정점에 달한다. 이 트랙에서는 주객이 바뀌어서 재키와 로이는 모렐로의 긴 드럼 솔로의 배후로 물러나서 득의의 스캣으로 참신한 코러스를 하고 있다.
  이 레코드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정도로 세련되고 고도로 기술을 구사하는 음악을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창출한 미국이란 토양(뉴욕이라고 한정이어야 할까?)에 그리고 그 특별한 시대에 새삼 경의와 감탄을 보내게 된다
.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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