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3:00

Glenn Miller

Glenn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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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렌 밀러는 인기 절정에 있을 때 공군 소위로 제2차 세계 대전에 종군했었으나, 영불 해협에서 비행기 사고로 불의의 죽음을 당함으로써 아름다운 전설이 되었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그의 전기영화는 그의 전설을 통절하게 강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밀러는 죽었지만, 그의 음악은 보란 듯이 살아남은 셈이다.
  밀러의 음악은 재즈라기보다는 "재즈의 이디엄을 뿌려놓은 댄스뮤직"이라고 하는 편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당대에 인기를 양분했던 베니 굿맨 악단만큼의 혁신성도 없고, 적어도 레코드로 듣는 한, 그의 음악은 스윙하지도 않는다. 고작해야 소슬바람에 나부끼는 얇은 레이스 커튼 정도의 기품 있는 스윙이다. 악단에는 탁월한 뮤지션이 상당히 많았지만, 박진감 있는 솔로는 혀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날 일반적인 재즈 팬이 밀러 악단의 음악에 진지하게 귀기울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밀러 악단이 남긴 몇몇 연주가 독자적인 스타일을 지닌 아름다운 양질의 음악이란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젊은 연인들에게 그의 음악은 아주 '실용적인' 음악장치였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연주가 재즈이든 재즈가 아니든 그들에게는 거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남녀가 포옹을 하고서 아름다운 저녁 한때를 보내기 위한 음악이었던 것이다. 스윙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었다.
  내가 십대 초반이었을 때, 코베의 라디오 방송에 매일 밤 두 시간 동안 팝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엘비스 프레슬리와 봅 딜런 같은 팝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사이에 가끔 글렌 밀러의 곡이 흐르곤 했다. 예를 들면 "Hound Dog" 다음에 "진주 목걸이Srting of Pearls"나 "In the Mood"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온 일본이 비슷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코베란 도시가 그런 점에서 비교적 특수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튼 1960년 초반에 글렌 밀러의 곡은 내게 '현역' 팝송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니까 내게 글렌 밀러가 남긴 한 다스 정도의 히트 송은 오랜 옛날의 고전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운' 이제 이곳의 곡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란 첫 소설을 썼을 때, 나는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타이틀 백에 흐르는 음악은 "월광 세레나데Moonlight Serenade"가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는 공기 주머니 같다고 해도 좋을 의고적(擬古的)인 공기가 있다. 내 머리 속에서 그 시대의 코베 풍경은 어딘가 모르게 "월광 세레나데"적이다. 그곳은 마치 어느 시대의 어느 곳도 아닌 곳처럼 느껴진다.
  1962년에 녹음된 "Silver Jubilee Album"에서는, 레이 에바르, 텍스 베니키, 모더네아즈와 같은 밀러 악단의 과거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밀러 사운드를 찬란하게 재현한다. 여름의 해질녘에 잔을 기울여 쌉싸름하고 시원한 샤블리스를 마시면서 이런 음악을 들으면 "스윙 같은 것 안 하면 어때"하고 생각하게 된다
.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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