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3:44

애니타 오데이(Anita 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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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홀리데이 이후에 등장한 백인 여성 재즈 가수들 중에서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애니타 오데이의 이름을 들 것이다. 크리스 코너나 준 크리스티, 헬렌 메릴도 저마다 매력적인 가수이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하자면 애니타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애니타의 탁월한 점은 누가 무어라고 해도 그녀가 부르는 곡은 거의 모두가 결과적으로 "재즈가 된다"는 데에 있다. 여성적인 정서나 미색보다는, 또는 문예적인 표현보다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재즈 혼의 발로가 그녀의 중요한 미덕이다. 프레이징은 때로 멋대가리가 없을 정도로 혼 라이크, 목소리의 질은 가칠가칠하고 음정도 절대로 내놓고 칭찬할 만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어쨌든' 그녀의 노래는 재즈가 된다. 그렇게 한결같이 "특별한 것 없음"을 나는 좋아한다.

 

다른 백인 여성 가수들은 종종 눈을 지그시 감고 분위기에 몸을 맡기도 그리고 음악에 잠기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좋든 나쁘든. 아마도 성격 탓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제공하는 음악 속에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건 이쪽, 저쪽"이라고 구분한다. 때로는 너무 분명하여 음악의 물기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적마저 있다. 그 부분이 사람에 따라서 선호도가 갈리는 분기점이리가. 애니타 오데이는 빌리 홀리데이의 영향을 짙게 받은 가수이지만, 빌리 홀리데이는 애니타처럼 애매한 부분을 과감하게 없애면서도 동시에 음악을 대범하게 부르고, 그 지점에서 다시 되돌아 영혼의 무명(無明)의 깊이에까지 내려가는 중층성(重層性)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애니타는 --- 정확하게는 '다른 그 누구도' --- 그만큼 그릇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애니타의 노래는 그 음악적인 올곧음으로 내 마음을 감동시킨다. 가장 멋진 예가 영화 "한여름 밤의 재즈"에서 그녀가 "Sweet Georgia Brown"을 노래하는 유명한 장면일 것이다. 재즈 보컬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낮의 야외 콘서트 무대에서 그녀가 어수선한 청중의 관심을 서서히 자신의 음악속으로 이끌어들이는 모습이 리얼하게 기록되어 있다. 긴박감을 품은 그녀의 올곧은 노래는 여기에서 하나의 절정을 맞이한다. 어쩌면 높이가 한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이며 인간미가 넘치는 높이이다. 그 장면 하나로 애니타는 재즈계에서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애니타 오데이가 자신의 그런 내적인 긴박감을 끝가지 견디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 탓에 그녀는 마약에 고통 받고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음악에는 그녀만의 진지함이 새겨져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시카고의 조그만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 트리오와 더불어 녹음한 조 알바니의 아려지지 않은 가곡 "고독한 우물 Loneliness Is a Well"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찡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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