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3:53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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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날부터 자기가 작곡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를 좋아해서, 매트 데니스, 보비 툴프, 조니 머서, 호기 카마이클 등의 곡을 즐겨 들어왔다. 그렇다고 결코 미성도 아니고 테크닉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공통성이 있다. "뭐 그렇게 잘 부르지 않으면 어떠냐?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하는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내게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적당한 수줍음 같은 것이 엿보이는 점도 역시 호감이 간다. 봅 딜런과 폴 사이먼이 데몬스트레이트용으로 기타를 퉁기며 노래한 테이프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카마이클은 1920년대에 인디애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한편, 대학 재즈 밴드를 주재했는데, 대학에 연주하러 온 빅스 바이더벡을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여 공부도 집어치우고 그대로 프로 뮤지션이 되었다. 천재 빅스는 몸이 부서져라 파멸적인(그리고 매력적인) 인생을 살고 있던 터라,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책상 물림 호기는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삶을 두 눈으로 보고는 흠빡 빠져들고 말았다. 흔히 있는 얘기이다. 하기야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굉장한 삶을 보았으니 대학 공부 따위는 답답하고 따분해서 견디겠느냐구요. 그 덕분에 미국 음악은 "Stardust"와 "내 마음의 조지아Georgia on My Mind"같은 눈부신 명곡을 거머쥐게 되었다.


 목소리를 들어 알 수 있듯이 호기 카마이클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영원한 은둔자'같은 분위기가 있다. 아마도 곡의 인세가 정기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일 테지만, 젊은 나이에 일선에서 물러나 헐리우드에서 살면서 가끔 영화에 출현하거나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두권의 자서전을 쓰면서 아등바등 일하지 않고 "스타더스트"의 카마이클로 유유자적하게 개인적인 인생을 보낸 듯 하다.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적으로도 "남을 밀어 넘어뜨리면서까지" 앞서려는 타입은 아니었던 탓이리라. 말하자면 빅스와는 대조적인 인생을 보낸 셈인데,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60년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 "라라미 목장"에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하여 일본에서도 유명했졌다. 한번 일본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텔레비전에서 "스타더스트"를 노래하는 The Pinuts를 보고는, 두 조그만 소녀가 자기 노래를 부르는 앙증맞음에 감동하여 일부러 분장실까지 찾아가서 만난 일은 전설이 되었다.


  카마이클은 자작곡을 노래한 앨범이 몇 장이나 있는데, 나는 V디스크 판에 들어 있는 "6월의 멤피스"를 좋아한다. 스스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목소리로 아련하게 흥얼흥얼 노래한다(휘파람도 분다)성품이 그대로 노래에서 배어나온다. "스타더스트"는 피아노 연주뿐이지만(노래가 없다) 그래도 상당히 멋이 있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Georgia, Georgia
The whole day through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Georgia on my mind

Georgia, Georgia
Just this song of you
Comes as sweet and clear
As moonlight through the pines.

Other arms reach out to me
Other eyes smile tenderly
Still in peaceful dreams I see
The road leads back to you.

My Georgia, My Georgia
No peace I find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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