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4:09

Gene Krupa

 Gene Kru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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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크루파란 이름은 베니 굿맨 악단에서 연주한 "Sing Sing Sing"의 솔로를 머리에 떠오르게 하고 자칫 "좀 참아주시지"하는 기분을 들게 하지만, 굿맨이 남긴 전성기의 레코드를 찬찬히 들어보면 그렇게 화려한 드러밍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이며 평소의 크루파는 리듬섹션의 일원으로 성실하고 장인 기질의 연주로 일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테니 윌슨, 굿맨과 함께 한 트리오와 거기에 라이오넬 햄프턴이 가세한 오중주단에서의 크루파의 역할은 베이스 주자가 없는 그룹을 위하여 부드럽고 견실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그의 드럼은 그 직무를 충분히 다했다. 그가 두드리는 '싱글벙글 비트'에서 뼈속까지 뒤흔드는 듯한 밀도 높은 신명감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당시 흑인 드러머들의 소박한 스윙을 백인 청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번역한' 그의 컨셉은 프랙티컬하고 진취적 기상이 넘쳤으며 지적이기도 했다. 특히 뛰어난 청력, 예민한 신경 등의 그의 각별한 특질은 그의 뒤를 이은 백인 드러머들의 스타일을 기본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
  윌슨, 햄프턴 같은 흑인 뮤지션과 스몰 밴드에서 그저 무심하게 자유로운 즉흥연주를 즐기는 굿맨 어르신 사이에서, 백인 밴드--- 기본적으로는 시카고 재즈이다 ---의 닻을 정해진 장소에 던지고 위치가 어긋나지 않도록 지키고 있었던 것은 역시 크루파의 흐트러짐없는 비트였으며, 그것은 음악적인 급소라고 해도 지장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화려한 드럼 솔로를 일약 유명해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리듬 메이커인 크루파의 값어치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크루파는 그런 굿맨 시대의 화려한 이미지로 낙인이 찍혀 독립을 하고서는 긴긴 세월 고생을 해야 했다.
  물론 크루파의 대표적 드럼 연주를 들으려고 한다면, 1930년대 굿맨 시대의 레코드를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그가 굿맨 악단을 떠난 후에 조직한 빅 밴드도 상당히 신선하고 들을 만한 보람이 있다. 특히 1946년에서 57년 사이에, 당시 열아홉 살 제리 멀리건의 편곡으로 녹음한 "How High the Moon"과 "Disc Jockey Jump"와 같은 히트 곡에는 희미하게나마 팝의 내음마저 풍겨 지금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드럼도 적확하게 밴드를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12년 후에 크루파는 멀리건이 남긴 악보를 그대로 사용하여 버브에서 다시 음반을 내게 되었는데, 그런 종류의 기획치고는 의외로 재미가 있다. 오리지널 연주의 거친 면은 사라졌지만, 에디 버트, 카이 윈딩, 필 우주 등의 신세대 뮤지션의 옛 악보에 새로운 사운드로 솜씨 좋게 숨을 불어넣고 쏠쏠하다. 멀리건 자신도 "나의 스타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옛날 곡이라서, 기획 얘기를 듣고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상당히 좋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약관 열아홉 살에 무명인 멀리건의 재능을 간파하고 등용하여 밴드의 어렌지를 송두리째 맡긴 밴드 리더 크루파의 도량이랄까 모험 정신에도 재삼 경의 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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