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3:59

Cab Call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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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r Cab Calloway at the Cotton Club on New Year's Eve.
 
 

Cab Calloway

 
  캡 캘러웨이 하면 존 랜디스가 감독한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1980)에서의, 저 기괴한 노래 '하이 디 호'가 저절로 떠오른다.<블루스 브라더스>는 존 랜디스가 흑인 음악 문화에 바친 컬러풀하고 와일드한 오마주인데, 그 영화의 수줍음 많고 몽상적인 소년의 상념 같은 것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나는 그 점을 상당히 좋아하였다. 특히 레이 찰스와 캡 캘러웨이가 화면 가득 어필하는 음악 신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들이 발산하는 소름끼칠 정도로 원초적이고 고유한 에너지는 이 영화에 담겨 있는 메시지의 차원을 두 단계 정도 끌어 올려놓고 있다.
  또 작곡가 조지 거쉰 그의 포크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서 캡 캘러웨이를 모델로 한 '스포팅 라이프'란 유니크한 등장 인물을 설정하여 그 역을 캡 캘러웨이 자신이 연기하도록 하였다. 이쯤 되면 캡 캘러웨이란 인물이 지니고 있는 특이함은 시대를 초월하고 음악 스타일을 초월하여 일종의 전설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가 실체이고 어디까지가 반복된 이미지인지 그것조차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재즈 음악의 역사 속에서 캡 캘러웨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시기가 1930년대에서 40년대 초엽이라는 점에 대해서 세인들은 대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이 시기에 그는 수준 높은 빅 밴드를 이끌고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수많은 음반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팬들 사이에 <고양이 추 베리>라 불리고 있는 에픽 사의 LP다(이 레코드는 일본에서 편집된 것인데 내용이 오리지널보다 훨씬 좋다)
  이 앨범은 1940년을 전후하여 테너 색소폰 주자 레온 추 베리가 연주한 곡들을 모아 놓은 것은데, A면은 추 베리 자신의 밴드 연주 B면은 그가 솔로이스트로 연주한 캡 캘러웨이 악단의 연주이다. 당시의 캡 캘로웨이 악단에는 추 베리 외에도 디지 길레스피, 타일리 글렌, 밀트 힌턴 등 젊고 활기찬 뮤지션들이 있었고, 그들은 부드럽고 발랄한 음악성을 지닌 리더와는 달리 무대 위에서 과격한 솔로를 펼쳐주었다. 캘러웨이 자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나머지는 젊은 사람들이 기량껏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면 되지'하고 대처하는 구석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들은 원숙한 스윙에서 비밥의 발아기로 서서히 이행하는 시대의 숨결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추 베리는 그야말로 기름기가 잘잘 흐를 만큼 원숙하고 신선한 연주를 들려준다. 이 역시 캘러웨이란 사람의 넉넉한 됨됨이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만 들어봐도 그의 그런 인간성이 은연중에 전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넉넉한 성품의 캘러웨이조차도 '신세대' 뮤지션인 길레스피하고만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비비꼬일 대로 꼬여, 결국에는 길레스피가 나이프를 들고 캘러웨이에게 달려드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블루스 브라더스>를 보고 잇으면 세월의 흐름 같은 것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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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s Waller

 Fats W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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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츠 월러가 작곡한 수많은 아름다운 곡들 중에서도 특히 '지터벅 왈츠'(Jitterbug Waltz)를 좋아한다.
  먼 옛날, 1940년대 초엽에 작곡된 오래된 곡인데, 흐물흐물 올라 갔다 내려갔다, 사람을 깔보는 듯한 색다른 음형의 멜로디에다가 어째 기묘한 코드 진행에, 음악으로서 새로운 것인지 낡아빠진 것인지, 단순한 것인지 복잡한 것인지, 성실한 것인지 불성실한 것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아리송해진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이상하게도 귀에 오래 남는 곡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부억에서 ' 띠, 라리라리라리라......' 하고 흥얼거리 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쩌면 이것은 나의 개인적이고 편협한 감상일 뿐 보편성은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곡을 듣다 보면, 그 옛날 어디선가 본 아득한 광경이 불현듯 되살아날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느긋한 멜로디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만 같다.
  묘한 비교일지도 모르겠으나 도어스의 에서 레이 만자렉이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저 인상적인 인트로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문득문득 '지터벅 왈츠'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잘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음악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고 유니크하고, 그러면서도 아주 푸근한 필링 때문에 원초적으로 서로 상통하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으음, '원초적 풍경'이라고 하면 어떨까. 심각한 표정의 가면을 쓴 어릿광대성, 어릿광대 가면을 쓴 심각성. 좀더 확대시키면, 애거드 앨런 포우나 쿠르트 바일의 세계와 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거기까지 비약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이 곡은 월러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레코드도 열심히 들었지만, 다른 연주자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연주가 더러 있었다. 풍류객 미셀 르브랑의 <르브랑 재즈>에 들어 있는 냉철하고 깔끔한 해석도 멋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백인 알토 색소폰 주자인 허브 겔러의 수수한 명반 <파이어 인 더 웨스트>(Fire in the West) 쪽을 즐겨 들었다.
  서해안 단골 뮤지션들과 그때 마침 동해안에서 온 케니 도햄과 레이 브라운이 함게 연주하였는데, 이 앨범에서는 특히 도햄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언뜻 듣기에는 대단한 연주 같지도 않은데, 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짜릿한 흑인 재주가 된다. 신기한 일이다. 도햄이란 사람한테는 원래 그런 음악적인 인덕이 있는 모양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2루수. 무심히 던지는 볼이 마니아들을 열광케 한다.
  느긋하고 푸근한 분위기면서도 재즈의 정신을 절감케 하는 멋들어진 셰션으로, '지터벅 왈츠' 원곡의 악상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레코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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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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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날부터 자기가 작곡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를 좋아해서, 매트 데니스, 보비 툴프, 조니 머서, 호기 카마이클 등의 곡을 즐겨 들어왔다. 그렇다고 결코 미성도 아니고 테크닉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그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공통성이 있다. "뭐 그렇게 잘 부르지 않으면 어떠냐?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하는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내게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적당한 수줍음 같은 것이 엿보이는 점도 역시 호감이 간다. 봅 딜런과 폴 사이먼이 데몬스트레이트용으로 기타를 퉁기며 노래한 테이프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카마이클은 1920년대에 인디애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한편, 대학 재즈 밴드를 주재했는데, 대학에 연주하러 온 빅스 바이더벡을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여 공부도 집어치우고 그대로 프로 뮤지션이 되었다. 천재 빅스는 몸이 부서져라 파멸적인(그리고 매력적인) 인생을 살고 있던 터라,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책상 물림 호기는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삶을 두 눈으로 보고는 흠빡 빠져들고 말았다. 흔히 있는 얘기이다. 하기야 안 그렇겠습니까? 그렇게 굉장한 삶을 보았으니 대학 공부 따위는 답답하고 따분해서 견디겠느냐구요. 그 덕분에 미국 음악은 "Stardust"와 "내 마음의 조지아Georgia on My Mind"같은 눈부신 명곡을 거머쥐게 되었다.


 목소리를 들어 알 수 있듯이 호기 카마이클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영원한 은둔자'같은 분위기가 있다. 아마도 곡의 인세가 정기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일 테지만, 젊은 나이에 일선에서 물러나 헐리우드에서 살면서 가끔 영화에 출현하거나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고 두권의 자서전을 쓰면서 아등바등 일하지 않고 "스타더스트"의 카마이클로 유유자적하게 개인적인 인생을 보낸 듯 하다.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적으로도 "남을 밀어 넘어뜨리면서까지" 앞서려는 타입은 아니었던 탓이리라. 말하자면 빅스와는 대조적인 인생을 보낸 셈인데,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60년대 초반에는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 "라라미 목장"에 할아버지 역으로 출연하여 일본에서도 유명했졌다. 한번 일본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텔레비전에서 "스타더스트"를 노래하는 The Pinuts를 보고는, 두 조그만 소녀가 자기 노래를 부르는 앙증맞음에 감동하여 일부러 분장실까지 찾아가서 만난 일은 전설이 되었다.


  카마이클은 자작곡을 노래한 앨범이 몇 장이나 있는데, 나는 V디스크 판에 들어 있는 "6월의 멤피스"를 좋아한다. 스스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목소리로 아련하게 흥얼흥얼 노래한다(휘파람도 분다)성품이 그대로 노래에서 배어나온다. "스타더스트"는 피아노 연주뿐이지만(노래가 없다) 그래도 상당히 멋이 있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Georgia, Georgia
The whole day through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Georgia on my mind

Georgia, Georgia
Just this song of you
Comes as sweet and clear
As moonlight through the pines.

Other arms reach out to me
Other eyes smile tenderly
Still in peaceful dreams I see
The road leads back to you.

My Georgia, My Georgia
No peace I find
Just a little song
Keeps Georgia o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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