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0:37

Oscar Peterson

 Oscar Pe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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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 끝까지 에너지로 충만하달까, 아무튼 오스카 피터슨은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다. 다작이지만, 평균점이 높고 실패작이라고 할만한 곡이 거의 없다. 나는 오스카 피터슨의 레코드를 유독 열심히 모은 것도 아닌데, 우리 집에 있는 그의 레코드를 세어보았더니 무려 50장이 넘었다. 80년대에 파블로로 옮긴 이후의 레코드는 거의 사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내가 재즈를 듣기 시작했을 무렵, 재즈 카페에서 인기가 있었던 피터슨의 레코드는 "The Trio", "Night Train", "West Side Story"였다. 1960년대 전반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주는 한 곡 한 곡이 모두 들을 만한 가치가 있었고, 지금 들어도 역시 상투적인 교양주의를 배제한 흥쾌한 기백이 넘친다. 내가 가장 열심히 들은 레코드는 "더 트리오"와 같은 런던 하우스에서 라이브를 녹음한 "Something Warm"인데, 마디마디를 죄다 외워버렸다. 불똥이 튀기는 것처럼 빠른 패시지, 숨도 못 쉴 정도의 압도적인 공세, 뒤로 죽 잡아당겨 공간을 넓힌 슬로 발라드 등 어느 면에서 보아도 대인의 품격이 있고 완성된 '피터스니즘'의 진열대라고 해도 좋을 완벽한 앨범이었다.
  다만 이 시기 이후의 연주는 완성도가 지나쳐 듣기에 피곤한 것도 있다. 60년대 후반에 MPS로 옮긴 후로는 특히 그런 경향이 심해져서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하고 투덜거리고 싶은 때도 내게는 종종 있었다. 날마다 냄비 우동만 먹다보면 식욕이 감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예풍(藝風)이 스러져가는데, 피터슨에 한해서는 날마다 한결같은 냄비 우동이다.
  나는 JAPT 시대의 기타가 있는 피터슨 트리오의 연주를 비교적 즐겨 듣는다. 이 시대의 사운드는 후기의 연주에 비하면 두터움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직 스윙하는" 젊은 날의 한결같은 열정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순수함이 있다. 유니트의 리듬감도 드럼 트리오 시대와는 약간 달라서 허리쯤에서 슬렁슬렁 흘리는 듯한 감이 있으며, 그런 특유의 정묘함은 에드 시그펜이 합세한 후의 드럼 트리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얻는 것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피터슨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라는 관점에서도 JAPT에서 녹음한 그의 연주는 기본적으로 전부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유니트 연주는 물론이고 하우스 피아니스트로 반주를 담당했을 때의 잠재력도 대단하다. JAPT의 솔로이스트들 중에는 이미 전성기가 지난 연주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들의 솔로를 고무하고 자극하는 피터슨의 인간 다이나마이트적인 아낌없는 열연은 때로 헛수고로 끝나는 일도 있었지만, 수많은 제일선의 연주자들에 유익하고 자극적인 불꽃을 선사했다. 예술적 재능에 대한 재즈 팬들의 취향이야 어떻든, 그의 그런 초인적인 공로는 좀더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안 그렇습니까? 이렇게 기운찬 연주는 달리 없을 걸요
.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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