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0:31

모던 재즈 퀘텟(Modern Jazz Quar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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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남성 패션 하면 아이비
스타일이 최고였다. 아니 그것말고는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요즘 말로 하면 아메리칸 트렌트이다. 그런 시대에 모던 재즈 사중주단(MJQ) 네 명의 스타일은 우리들 눈에 무척 쿨하게 비쳤다.


 당시 재즈 뮤지션 하면 모두들 지저분한 차림에 마약을 하고 무질서한 생활을 한다는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MJQ 네 명은 부루스 브러더스 풍의 검정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고 하얀 버튼 다운 셔츠에 실크 넥타이를 맸다. 수염도 단정하게 길러 핸섬하고 인텔리전트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 매너는 대학 교수처럼 차분하고 억제되어 있었다. 아마도 존 루이스가 그런 전략을 구사했을 테지만, 아무튼 참 멋이 있었다. 동경했다. 지금은 윈튼 마샬리스 일파가 그 흐름을 이어받아 값비싼 이탈리아제 양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데, 그들보다는 당시의 MJQ 네 명이 음악적으로나 패션적으로나 영향력이 더 컷다. 거기에는 "흑인 뮤지션도 이렇게 지성이 있다. 우리는 낙오자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걸 맞는 경의를 요구한다"는 단호하고도 절실한 그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MJQ 유니트의 강력함은 그 유니트의 파탄성(破綻性) 속에 있었다. 이 점은 그들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정경을 직접 보면 잘 알 수 있다. 다른 세 사람은 설정된 집단적인 사운드를 반듯하게 유지하는데, 비브라폰 주자인 밀트 잭슨은 솔로 도중에 그 형식적인 스타일을 견디지 못하고, 윗도리를 획 벗어던지고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 물론 비유적인 의미로 --- 개인적으로 유유히 스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어도 나머지 세 사람은 "나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담담하고(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무표정하게 MJQ적인 리듬을 유지한다. 하고 싶은 연주를 다 하고 나면 잭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윗도리를 반듯하게 입고 넥타이를 조인다. 그 반복이다. 그 '일탈'과 통일의 융통성이 거침없이 이루어지는데, 그 전환이 결과적으로 상당히 스릴 있고 또 상당히 재즈적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20년이란 오랜 세월에도 딱 한 번 멤버를 바꿨을 뿐, 상업적으도 팀을 존속시켜왔고 음악적으로도 높은 음악성을 견지해올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 MJQ는 어느 시점을 지나자 과거의 오리지널한 창조력을 잃었고, 틀에 박힌 일을 싫증을 내게 되었으며, 그 결과 네 사람은 가자 자기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60년대의 옛 영화를 보다가 MJQ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면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 속에 갇혀 있으나,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자유로운 영혼의 날개짓 소리가 귓전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것이 바로 재즈였다고 새삼 나는 생각한다.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싶어진다. 그들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말해야 할 것은 실로 웅변을 하듯이 말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Django The Modern Jazz Quar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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