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0:28

Lee Morgan

Lee M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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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위있고 꿈을 꾸듯이 신축성이 있는 톤과, 나중 일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타고난 생기발랄함 덕분에 리 모건은 늘 재즈 카페의 인기 연주가였다. 그는 재즈의 판도를 뒤집은 거인적 재능의 연주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만약 리 모건이란 트럼펫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나는 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에 이르는 재즈의 풍경이 지금보다 차 스푼 하나만큼은 색채감을 잃고 밋밋해졌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리 모건은 클리포드 브라운이란 거성이 사라진 직후, 재즈 역사의 공백을 메우듯이 열여덟 나이의 천재 소년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서른 네 살이란 젊은 나이에 애인이 쏜 총에 맞아 불의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데들리 퀵(deadly quick) 생애였다. 그런 탓도 있을 테지만, 리 모건이 남긴 연주에는 늘 '영원한 보이 원더' 같은 청신함이 떠다닌다.
  어떤 곡을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차밍하고 자연스러운 유락(愉樂)에 충만하고, 그리고 놀랄 만한 속도감이 관철되어 있는 것이 리 모건의 음악이다. 그렇기에 많은 재즈 팬들이 어찌 되었든 그의 연주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음에 다소의 혼란이 나타났던 시기도 있었지만, 리 모건은 거의 완성된 트럼페터로 등장하여 늘 시대를 앞서 가며 바람을 가르고, 새로운 종류의 선열함을 자진하여 체득했다. 그가 그리샨 몽커나 빌리 하퍼, 베니 모핀과 같은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죽기 직전의 레코드는 신기하게도 절충적인 전위성마저 띠고 있다. 그럼에도 최후에 이르도록 그의 음악이 성숙했다는 인상을 주는 일은 없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처음에는 속도감과 유려한 컨트롤에 넋을 잃는데, 집중하고 듣다보면 언젠가는 "어 뭐야, 잠깐"하는 부분이 반드시 생긴다. 구질(球質)의 가벼움이 귀에 거슬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지점을 넘어서면, 듣는 이는 리 모건이란 연주가에게 나름의 선을 긋고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의 음악은 마일스 데이비스나 클리포드 브라운의 음악처럼, 아무리 오래 들어도 그 깊은 맛이 희석되지 않는 음악이 아닌 것이다 --- 안타깝게도.
  그러나 앨범 "Sidewinder"가 당대에 얼마나 래디컬하고 멋있었는지, 1960년대의 공기를 숨쉬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이드와인더"는 그 시대의 뜨겁고 가칠한 공기 속에서 거꾸로 선 태아처럼 이 세상에 태어난 음악이었다. 그것을 들을 때마다, 그 흑백 재킷을 손에 들 때마다 당시의 공기가 정면으로 충돌해오듯이 되살아난다. 따끔따끔 뜨겁다. 연주의 밀도에 대해서는 돋보기를 들이대고 흠집을 잡자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조악함이 일직선으로 가져오는 것은 다른 어느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말하자면 리 모건은 재즈계의 빌리 더 키드였다. 그는 적어도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그 누구도 그보다는 더 빨리 쏘지 못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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