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0:41

줄리안 캐논볼 애들리(Julian Cannonball Adde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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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캐논볼 애들리는 자연스럽고 위대한 재능을 지닌 불세출의 뮤지션이었다. 자유분방한 이미지네이션, 쾌락적인 테크닉, 아름답고 온기가 배어 있는 독특한 톤...... .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의 존재 기반을 뿌리째 뒤흔드는 '치명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인간적으로도 분명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음악을 틀어보면 대충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진정 뛰어난 음악이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즉 죽음의 구현이다. 그리고 대개 우리들로 하여금 암흑으로의 추락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악의 과실에서 짜낸 농밀한 독이다. 그 독을 마실 때의 감미로운 경련, 시간의 흐름을 엉클어버리는 강렬한 뒤틀림이다.
 
  그러나 1964년에 로스앤젤레스의 <쉐리즈 맨 홀>에서 있었던 라이브 콘서트를 녹음한 이 음반은, 실로 오랜 세월 나의 은밀한 애청판의 하나였다. 특히 B면에 들어 있는 찰스 로이드의 오리지널 발라드 'The Song My Lady'에서 캐논볼이 들려주는 긴 솔로는 모든 이성을 제압하고 가슴으로 파고든다. 이 한 곡을 위하여 나는 레코드를 수도 없이 여러 번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렇다고 이 솔로가 그가 남긴 최고의 솔로라고 단언할 생각은 없다. 주의깊게 들으면 군데군데 매끄럽지 못하여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하늘을 나는 말 같은 젊은 날의 광휘도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 이 음악의 표면에서는 사랑스러울 정도로 인간적인 무언가가 밖으로 흘러넘친다. 소리없이, 그러나 풍요롭게.  
 

 그 세계는 어딘가 먼 도시에 있는 가고 싶고 그리운 방처럼, 그저 조용하다. 캐논볼이 색소폰을 연주하면 그 하나하나의 음표가 들쭉날쭉하게 일어나, 살며시 바닥을 가로질러 이쪽으로 온다. 그리고 마음의 결로, 조그맣고 보드라운 손을 내민다. 한밤에 혼자 포도주잔을 기울이며 그 레코드에 귀기울이고 있으면 음악과 함께 있다는 황홀감이 몸 속에서 샘솟는 느낌이다. 사이에 끼여 있는 조 자비눌의, 숨을 죽이고 정제된 인내로 변화를 자제하듯 연주하는 피아노 솔로도 비할 바 없이 아름답다.
 
 캐논볼이라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광기어린 음악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그는 자연인으로 이 땅에 태어나,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느긋하게 사라져갔다. 반성이나 성찰, 배신과 해체와 자기 은폐와 잠 못 이루는 밤은, 이 사람의 음악이 내세우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필경은 그 때문에, 그 아폴론적으로 광대한 슬픔이 때로, 다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특별한 방식을,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울린다. 부드럽게 용서하고, 그리고 소리없이 감동시킨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Mercy, Mercy, Mercy! Live at 'The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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