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8. 15:04

베니 굿맨(Benny Go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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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윙의 황제' 베니 굿맨한테는 보수적이고 장사꾼 기질이 농후한 뮤지션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지만, 백인 뮤지션은 흑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연주하지 않는다는 그때까지의 암묵적인 룰을 과감히 타파한 것이 실은 이 사람이다.  그는 비브라폰 주자 라이오넬 햄프턴을 기용하고 피아노에 테디 윌슨, 그리고 기타에 찰리 크리스천을 발탁하였다. 그 일로 주위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굿맨은 뭐니뭐니 해도 그만큼 음악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악기에서 나오는소리만 훌륭하면, 그리고 그 소리가 마음에 들기만 하면 그는 반인반마라도 자신의 일에 가담시켰을 것이다. 베니 굿맨한테는 피부색보다 그 시대의 뛰어난 뮤지션을 기용하여 분위기를 쇄신하며서, 자신의 악단을 항상 자극적이고 첨단의 존재로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던 것이다.
 
 하기야 먼 훗날 주트 심스와 필 우즈처럼 철저한 모더니스트를 멤버에 가담시켰을 때는 수완 좋은 그도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하여 일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옥.신.각.신 시.끄.러.웠.던. 사건의 전말은 베이시스인 빌 크로우가 쓴 <안녕 버드랜드>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절충적인 뒤죽박죽 밴드도 레코드에 한해서는 꽤 매력적인 연주를 들려주므로, 굿맨의 의도가 전혀 빗나갔다고 할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니 굿맨 하면 역시 1930년대 후반에서 40년대에 걸쳐 녹음된 무수한 병반이 우리들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되어 있다. 이 황금 시대에 녹음된 굿맨의 연주는 한마디로 무엇이든 다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젊은 재주꾼 에디 소터(이때 겨우 20대 중반이었다)가 굿맨을 위해 쓴 어렌지먼트를 연주한 레코드에는 일종의 독특한 참신함이 있으며, 종래의 '스윙의 황제' 노선과는 다른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즉 굿맨의 달콤하고 녹작지근한 자질과
소터의 다소 딱딱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융화되어 고급스러우면서도 오락성 풍부한 음악을 창조해낸 것이다.
 
 굿맨도 소터의 의욕적인 편곡에 자극을 받았으리라. 예를 들면 <문 라이트 온 더 갠지즈>(Moon light on the ganges)에서 굿맨의 클라리넷 솔로는 상당히 첨예하고 모던한 색채를 띠고 있으며, 거기에는 '그저 달콤한 오락적인 재즈'라고 평가받고 싶지 않다는 기백 같은 것이 담겨 있다. 굿맨 역시 아직은 젊었고 그 나름대로 굶주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열기로 넘쳤던 저 유명한 <카네기 홀>에서의 라이브 연주도 멋지지만 듣다보면 싫증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때에는 이 앨범 를 들으면 좋다. 에디 소터가 편곡하여 베니 굿맨이 연주한 곡들은 유감스럽게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겠지만) 대중적인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훗날 소터는 스탄 겟츠와 함께 조형미의 극치라 할 수 있는 <포커스>(Focus)라는 탁월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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