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8. 15:15

Charlie Christian

Charlie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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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 크리스천 하면 일찍이 <민튼스 플레이 하우스>에서의 잼 세션인 <밥의 여명>으로 유명하지만, 베니 굿맨과 공연한 세션의 주요 레퍼토리를 모아놓은 세 장짜리 LP(일본에서 편집한 것이다)의 내용도 그에 못지 않게 훌륭하다.
  베니 굿맨이라는 하나의 고정된 '체제' 속에서, 몇 소절밖에 주어지지 않은 솔로를 연주하며 발산하는 그의 자연스러운 시심이 우리들의 귀를 사로잡고 마음에 호소한다. 벌써 50년이나 지난 옛날 녹음인데, 크리스천의 기타 솔로는 지금 들어도 고리타분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기적적으로 높은 영역에 도달해 있다. 모던이니 밥이니 스윙이니 하는 틀을 넘어 실로 지적이며 스릴이 있고, 스윙감 또한 뛰어나다.
  그러나 찰리 크리스천은 불행하게도 스물다섯 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음악 경력은 아주 짧은데(정확하게 말하면 겨우 1년 8개월이다), 그가 남긴 연주는 후대의 기타리스트에게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크리스천의 연주를 듣다 보면, '어어 이건 바니 케슬이잖아. 이건 또 허브 엘리스고, 이건 케니 버렐인데' 하고 놀라는 일이 많다. 크리스천의 연주 속에서 후대의 기타리스트를 발견하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50년대 말에 웨스 몽고메리가 옥타브 주법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기타리스트들은 많든 적든 크리스천의 주술(그 참신하고 풍부한 아이디어와 테크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넷 콜맨 이전의 알토 섹소폰 주자들이 찰리 파커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그라드는 유성의 광휘라고 해야 할지, 이 <찰리 크리스천 메모리얼 앨범>(Charlie Christian Memorial Album)에 수록된 연주는 모두 한 번은 들어볼 가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1941년 1월 피아니스트 카운트 베이시를 맞이한 따끈따끈한 세션을 좋아한다. BG(베니 굿맨)가 이끄는 임시 편성 섹스텟의 멤버는 베이시, 쿠티 윌리암스(tp), 조지 올드(ts), 크리스천, 아티 번스타인(b), 조 존슨(ds) 등 아주 흥미로운 얼굴들 -- 당시 BG의 레귤러 캄보와 베이시의 리듬 섹션의 혼성 부대 -- 이다. 결과적으로 흑인 뮤지션의 수가 많았고 그런 만큼 음색도 검고 리듬도 끈적거린다.
  특히 심플하고 쾌활한 소절을 담고 있는 <브렉퍼스트 퓨드>(Breskfast Feud)에서 베이시와 크리스천의 솔로 응수는 매우 첨예하고 휼륭하다. 레귤러 BG 캄보에서 연주한 크리스천의 연주도 물론 들을 만하지만, 독특한 시간 감각으로 지축을 흔드는 베이시의 리듬 섹션과 , 크리스천의 솔리드한 노선의 결합은 정말이지 '뼈까지 스윙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스윙의 마그마가 끓어오른다. 재즈가 아직은 '영웅적' 이었던 시대의 귀중한 기록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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