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4:18

잭 티가든(Jack Tea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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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티가든은 수많은 리더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루이 암스트롱의 올스터즈 사이드 맨으로 연주한 앨범은 특히 유명하다. 한편 코넷 주자 보비 해킷과 함께 녹음한 몇 장의 공연 음반 역시 모두 완성도가 높아 나는 옛날부터 즐겨 애청하고 있다. 한 시대에 획을 그을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해킷의 아름답고 기품있고 매끄럽고 스윙감 넘치는 선율과 티가든의 넉넉한 인품이 배어 나오는 연주가 조화롭게 섞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독특한 음질을 자아내고 있다.

 

 나는 이야말로 음악의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하는데, 오늘날에는 이런 종류의 재즈에 열심히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는지, 화젯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뭐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키스 자렛 따위를 그렇게 애지중지 듣느니 차라리......란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티가든과 보비 해킷이라고 하면 나는 개인적으로 LP<코스트 콘서트>(Coast Concert)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발라드 '계획을 바꿔야겠어'를 떠올린다. 1955년에 녹음된 이 앨범의 리더는 해킷이지만 이 곡에서는 티가든이 서주부에 크게 부각되어 있고, 당연한 일이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유려한 솔로를 들려준다. 우선은 인트로를 해킷이 불고 그리고 티가든이 세터로 한 소절, 이 부분이 심금을 울린다. 다음 해킷이 질소냐 하고 분발한 아름다운 코넷 한 소절, 그리고 이어 또 한명의 베테랑 트롬본 주자 에이브 링컨이 직설적으로 단호하게 한 소절, 각기 원곡의 멜로디를 지켜 소박하게 노래하는 한편 온갖 솜씨를 다 부려 즉흥 연주를 한다. 이부분이 '세상 쓴맛 단맛 다 알아버렸다'는 식으로 아주 좋습니다. 허둥지둥 아등바등하는 구석이 전혀 없다.


 이 시대의 이런 류의 연주를 들으면서 내가 가장 매력저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연주가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어떤 뮤지션이든 각자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점은 어떤 시대든 기본적으로 똑같다. 스타일이 없는 훌륭한 음악가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킷이나 티가든의 연주는 단순히 개인의 스타일이란 수준을 넘어, '개인적인 삶의 양식'으로 가능하고 큰 역할을 한다. 티가든의 노래하듯 속삭이는 독특한 음색과 연주에 귀기울여보라. 오늘날 이렇듯 다정다감한 재즈는 그 모습을 철저하게 감춰버리고 만 듯하다.

 

 이 레코드는 캐피털 사가 <딕시랜드 재즈 페스티벌> 때문에 서해안을 방문한 해킷을 스튜디오에 초대하여, 그 자리에서 모인 뮤지션 중에서 마음에 드는 멤버와 함께 연주하고 싶은 곡을 마음껏 연주하도록 한 배려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녹음한 것이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모이면 아무리 개성이 강한 '개인주의자' 들이라도, 정말이지 멋지게, 그리고 조화롭게 일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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