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7. 23:54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lla Fitzgerald(1918-1996)

Ella Fitzgerald(1918-1996)


© WAGUY, Newport Blues, Acrylic on Canvas, 20 x 30 inches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1943년 할렘의 <아폴로 시어터>가 주최한 아마추어 콘테스트에서 노래 솜씨를 인정받아 칙 웹 악단의 전속 가수가 되었다. 이후 기교적인 스캣 창법으로 '밥 보컬'이란 이름을 낳았고 촉촉하고 정감 넘치는 발라드로 '재즈계의 퍼스트 레이디' '빌리 홀리데이 이후 최고의 가수'라고 칭송받았다. 데카와 버브 레코드에서 수많은 명창을 남겼다.

내가 개인적으로 새기고 있는 엘라의 가창은<Ella and Louis Again>에 수록되어 있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곡 'These Foolish Things'이다. 이 <엘라 앤드 루이 어게인>은 타이틀이 말해주듯이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신나고 스윙감각이 돋보이는 스튜디오 공연 세션(의 속편)인데, 이 노래에서는 루이가 빠지고 엘라 혼자 노래하고 있다. 열창을 끝낸 루이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물러나자 엘라가 조용히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면서 조명이 어스름해지는 그런 식이다. 프로듀서인 노면 그란츠는 이렇게 작위적인 연출에 뛰어나다. 반주는 오스카 피터슨의 쿼텟, 레귤러 트리오 멤버로 루이 벨송이 드럼을 치는데 이 반주가 또 기가 막히다. 최고급 실크처럼 노래의 결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지나치지 않는다. 곡도 좋거니와 가수도 좋고 반주도 멋지다.

나는 이 레코드를 대학생 시절에 처음 들었는데 그때 '재즈란 한번 심취하면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인가'하고 감탄했다. 지금도 그때의 인상은 거의 변함이 없다. 꽤 여러번 들었는데도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싫증나지 않는다.

엘라나 피터슨이나 안정되고 수준 높은 실력을 지닌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지나치게 재주를 피운다 싶은 감도 있다. 연주도 굉장하고 어디 흠잡을 데 하나 없지만 그 시점에서 완결되고 말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그늘 같은 것이 듣는 이한테 어째 좀 덜 전해지는 듯 하다. 그러나 이 'These Foolish Things'에 한하여 나는 그 두사람이 지닌 진지하면서도 고급한 음악성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실은 피터슨은 1952년에 역시 쿼텟을 편성하여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하는 같은 노래의 반주를 맡은 적이 있다.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는 그야말로 예술품이다. 엘라를 앞설망정 절대로 뒤지지는 않는다. 가슴이 터져나갈 만큼 감동적이다. 그런데 이 피터슨의 반주가 좀 어설프다. 빌리 홀리데이가 만들어내려는 '어딘가 특별한 장소'를 혈기에 찬 피터슨의 다소 말 많고 과장된 피아노가 보기좋게 망가뜨리고 있다.

빌리 홀리데이의 레코드를 들으면서 그 언밸런스 때문에 침통해진 마음으로 엘라의 같은 곡을 들으면 '인간한테는 과연 맞는 짝이 있는 모양'이란 느낌이 새삼스러워진다. 그 후 내가 아는 한 빌리가 피터슨과 공연한 거은 한번도 없었으니 그녀 역시 '이거 안되겠어'라고 통감했던 모양이다. 동시에 피터슨이 엘라의 반주를 맡은 것은 홀리데이 판을 녹음한 몇 년 후의 일이므로 어쩌면 그 동안 나름의 성숙과 진보가 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잘 들어보면 엘라와 피터슨의 이곡에는 몇 군데 결정적으로 감동적인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옆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이쯤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피아노 페이지는 언제 들어도 '아 , 좋다'란 느낌이 든다.  예술이다. 소설 같으면 두말 않고 나오키 상(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을 주고 싶은 연주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lla Fitzgerald & Louis Armstrong
Ella and Louis Again



Louie Bellson - Drums
Herb Ellis - Guitar
Ella Fitzgerald - Vocals
Oscar Peterson - Piano
Louis Armstrong - Trumpet, Vocals
Ray Brown - 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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