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8. 14:29

Stan Getz

  Stan G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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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 겟츠는 정서적으로 상당한 문제를 껴안은 사람이었고, 그 인생 또한 평탄하고 행복하지는 않았다. 스팀 롤러처럼 거대한 에고를 부둥켜안고, 대량의 필로폰과 알코올에 혼을 침식당하면서, 철이 들어서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 거의 모든 시기가 안정되고 평온한 생활과는 인연이 없었다. 주변의 여인들은 상처를 입었고, 친구들은 넌더리를 내며 그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스탄 겟츠라는 한 인간이 아무리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활을 보냈다 해도, 그의 음악이 천사의 날개 같은 마술적인 부드러움을 잃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가 일단 악기를 들고 무대에 서면, 그 무대에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열렸다. 마치 불행한 미다스 왕의 손이 그에 닳은 모든 사물들을 빛나는 황금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그렇게 겟츠 음악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빛나는 황금의 멜로디였다. 열렬한 애드리브를 빠른 템포로 펼칠 때에도 거기에는 자연스럽고 윤택한 노래가 있었다. 그는 테너 색소폰을 마치 신의 뜻을 전수한 성대처럼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선명하고도 행복감에 가득한 무언의 노래를 자아내었다. 재즈의 역사에는 별들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색소폰 연주자가 있다. 하지만 스탄 겟츠만큼 격렬하게 노래하고, 그러하면서도 안이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은 인간은 없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소설을 읽었고, 다양한 재즈를 탐닉하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스코트 피츠제랄드야말로 소설(the Novel) 이고, 스탄 겟츠야 말로 재즈(the Jazz)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삼스레 생각해보니 이 두 사람에게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 듯도 하다. 그들 두 사람이 창조한 예술에서 결점을 찾아내기 것 또한 가능하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런 하자에 대한 보상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각인되지 못햇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들의 하자까지 유보없이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겟츠의 작품은 재즈 클럽 <스토리빌>에서 연주한 두 장의 라이브 앨범이다. 여기에 담겨 있는 모든 것은, 온갖 표현을 초월할 만큼 경이롭다. 퍼내도 퍼내도 고갈되지 않은 자양분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무브'(Move>를 들어보라. 얼 헤이그, 지미 레이니, 테디 코틱, 타이니 캔의 리듬 섹션은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하다. 그들은 한 몸이 되어 냉철하고 간소하며 동시에 땅속의 용암처럼 뜨거운 리듬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훌륭한 겟츠의 연주는 천마처럼 자유롭게 구름을 헤치고 하늘을 비상하여 눈이 시릴 만큼 초롱한 별하늘을 우리들 앞에 제시해준다. 그 선연한 움틀거림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왜냐하면 그의 노래는 사람이 그 혼 속에 은밀하게 품고 있는 굶주린 늑대떼를 가차없이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 속에서 짐승의 하얀 숨을 토한다. 손에 잡아 나이프로 도려낼 수 있을 정도로 하얗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숨을....... 그리하여 우리들은 조용히, 깊은 혼의 숲에 사는 숙명적인 잔혹함을 보게 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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