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6. 00:16

나의 영원한 스승 Roland Hanna(1932.2.10~2002.11.13)

2001년 늦여름, 뉴욕에 있는 대학원을 들어가면서 난 한 왜소하고 늙은 흑인 선생님을 만났다. 매주 한시간 우리는 steinway piano 한대가 있는 작은 방에서 레슨을 가졌는데, 정말이지 그 시간이 좋지 않았다. 그는 Berklee에 있는 선생님들처럼 Jazz improv에 쓰이는 scale이나 각종 다양한 리듬이나, 테크닉, 현대적인 voicing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Bach,슈만, 쇼팽 등 내 관심밖에 있는 클래식음악에 대해 가르쳤으며, 기분이 좋은 날은 아주 nice 했고, 그렇지 않은 날은 대하기가 무서웠다.
하루는 선생님께 "I came here to study Jazz"용기내어 말씀드렸지만 그는 내게"You're not ready for jazz"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첫학기 혼자 나름대로 불만이 많던 나는 아프다는 핑계로 레슨을 빠져보기도 하고, 학과장에게 찾아가 다른선생님께 배우면 안되냐고 호소도 해 보았지만 나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 학교에 있는 유일한 피아노 선생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클래식 피아노 학위가 있는 독일학생 하나는 선생님께 Complain하는 과정에서 심한 말다툼으로 졸업에 차질이 생겼다. 레슨은 필수였고,선생님이 "난 더이상 너같은 학생은 가르치고 싶지않다"라고 하셨기때문이다. 그만큼 선생님은 teaching에 관한한 고집불통이셨다.

2학기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난 선생님과 친구가 되었다. 나도 선생님께 맘문을 열어갔고,선생님 또한 내게 애정을 가지고 가르치셨다. 선생님은 현대 재즈피아니스트들이 아무런 의미없는 음들을 남용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고 왼손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으며, 클래식과 접목한 Solo piano로 순회공연을 많이 하셨다.
내게 Jazz musician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철학적인 이야기도 많이하셨고(반이상은 이해 못했지만), 예전에 함께 연주생활을 한 사라 본,때드 존스,론카터,베니굿맨..친구 베리 해리스,타미 플래니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테크닉과 스윙필이 없다고 좌절할 때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남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여성만의 섬세한 feel을 살리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나는 powerful하고 쉽게 매료되는 음악보다 Maria Shneider, Dianna Krall, Elianne Elias, Renee Rosnes 등 여성 뮤지션의 음악세계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선생님은 연주활동과 Recording, 편곡으로 바쁘셔서 자주 자리를 비우셨지만 그럴때 마다 다른선생님을 보내셨고, 마침내 작년 가을 Solo concert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셨다.
몇년동안 폐암으로 고생하신터라 오랜비행후 가자마자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셔서 모든 스케줄을 Cancel하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뉴욕으로 돌아오신후에도 계속 치료받으시며 쉬셔야했기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셨다.
걱정끝에 선생님께 전화했다.
"선생님, 몸은 어떠세요,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다행히 점점 좋아지고 있어. 외출도 하고...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한달 후에 제 졸업 리싸이틀인데 꼭 오실거죠?"
"꼭 가야지, 그 전에 학교에 갈거야. 곧 보자"

그리고는 3일후, 영영 떠나셨다. 장례식은 엄숙하게 교회에서 드려졌고, Radio에선 온통 선생님의 죽음을 알리며 선생님의 CD를 틀어댔고, 학교에선 선생님 추모 concert를 한다고 난리들이었다.
Wynton Marsalis, Jimmy heath, Barry Harris, Jon Faddis...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와서 연주하고 콘서트장은 열광의 도가니였지만 주인공이신 선생님이 그 자리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다. 순서중 스크린에 선생님의 "Prelude #2"연주장면이 나왔을땐 더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선생님은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그 흔한 커피한잔 사드린 적 없었고,난 항상 불만투성이였으며, 선생님께 해 드린게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에 있으면 저 복도 끝에서 한손엔 책과 자료를 들고 절뚝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오실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달 반후 나는 귀국하기전 선생님의 묘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Bronx에 있는 가장 넓은 공동묘지였는데 안내실에서 물어보았지만 화장한 듯 하다며, Miles Davis와 Duke Elington 묘 위치만 알려주었다.
미국을 떠나며 마음속에 있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뮤지션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선생님처럼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가르치며, 선생님의 연륜이 되었을때 그만큼의 뿌듯한 업적을 남길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날씨가 추워지고... 선생님이 떠나신지 1년이 다 되어간다.

"For the average person, music is separated into categories, but not for me. To me, music is food, and I don't have to say "These are apples and these are pears." I can say "This is music and it tastes good."
-Sir Roland Hanna


재즈 피아니스트인 최희정님이 내 홈피에 올려준 글이다.  그 어떤 재즈에 관한 글보다도 나에게는 감명깊게 다가왔던 글이다.

'하우 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ck The Knife  (0) 2008.08.27
재즈에 관한 단상  (0) 2008.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