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6. 00:35

'창조'라는 소화작용

다음 글은 덴츠 제4CD국의 구보 아카시(久保丹)국장의 오리콤에서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35년 광고 인생을 지탱해 준 것은 '창조'라는 소화작용이었습니다.
 
제 이야기의 주제는 광고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문제, 본질적인 문제로 어떤 의미에서는 저의 35년간의 광고인으로서의 총괄이기도 합니다.

금년 10월이면, 덴츠를 퇴사하게 되는 저는 광고에 있어서의 생산성의 향상에 대한 리포트를 최근 회사에 제출하였습니다. 덴츠는 연간 1조2천억 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수치상으로는 세계 「NO 1」의 대행사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수치의 내용입니다. 서비스의 질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일본의 특수한 사정과 매체 확보능력(덴츠의 경우 몇몇 방송국의 프로그램 전체 광고권을 사서, 자사 광고주들에게 독자 배분하고 있다.) 등을 고려한다면 내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비딩에서의 70%승률을 생각한다면 내용적으로도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만 총체적으로 말하면 영업(기획)체질이 강합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 크리에이티브라고 해서 크리에이티브가 광고회사의 단순한 서비스 부문이었던 당시와 비교하면 요즘은 크리에이티브의 질에 따라 어카운트가 결정된다고 하는 격심한 경쟁시대에 돌입해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영업(기획)주도적인 체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쪽이냐 하면 역시 영업(기획)주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영업과 크리에이티브, 경제와 문화, 과학과 예술, 그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은 이 정도로 하고 그럼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I. 광고인의 자질

-기본적인 2가지 사항

①광고인으로서의 자질 : INTELLECTUAL로서의 知(지혜)

②커뮤니케이션의 본질 : 비(非)의 기호, 도전적인 컨셉트, 더욱더 아이디어

즉, 광고인으로서의 자질이 풍부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알고 있으면 꾸준히 프로로서의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프로들이 많이 있다면 광고회사의 생산성은 더욱더 향상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광고인의 자질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만인에게 주어지는 가공되지 않은 정보/소화작용/상품으로서의 정보로 전환하는 능력」

즉, 이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개개인의 활발한 소화작용이 광고대행사의 생산성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5년간 카피라이터로 덴츠에 입사한 이래 저의 광고인 인생을 되돌아 보았을때 제 자신을 지탱해 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라고 한다면 이 소화작용이 저에게는 갖추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언제 그것을 몸에 익혔느냐고 하면 그것은 '소년시대'의 농업의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이라는 일은 식물의 생성과정에 있어서 성장력이 강한 것을 남기고 약한 것을 버림으로써 강한것이 양분을 집중시켜 더 한층 성장을 촉진시키는, 최종적으로는 수확률(면적)을 높히는 그러한 일의 연속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분별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눈으로 분별하고 몸으로 분별해 갑니다. 익숙해질수록 빨리 잘 분별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분별 동작이 언제까지나 자신의 몸안에 살아있게 됩니다.

덴츠에 들어가 얼마 안 있어 거기서 행해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의 일을 보고 직관적으로 분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직관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것은 경험을 쌓을수록 확신이 되었습니다.

카피라이터가 헤드라인을 10개, 50개 씁니다. 그러나 살아남는 것은 1개 뿐이며 49개를 분별해서 버리게 됩니다. 카메라맨이 몇백 커트의 사진을 찍더라도 사용하는 것은 기껏해야 2∼3장 정도이며 AD가 대부분 나머지를 버리게 됩니다. 포스터에서 말한다면 한 개의 헤드라인과 1장의 비주얼이 되겠지요. 방대한 글자, 언어, 비주얼은 이런 식으로 잘 다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6.3.3.4」의 사고체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라

「말놀림, 그림 놀림, TV에서 말하자면 소리 놀림」, 크리에이티브의 일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놀림의 테크닉입니다. 이러한 동(動)의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크리에이티브의 작업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이 동(動)의 능력을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집단이 AD입니다. 그래서 저는 갓 입사한 IQ가 높은 신입사원들을 뛰어난 AD 밑에 두어 훈련시켜 왔습니다. AD야말로 농업의 경험은 없지만 (손)놀림의 실천가인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일은 극히 물리적인 작업입니다. 공간이라던가 시간(15", 30") 이라고 하는 절대적인 것을 향해서 언어를 처리하고 그림을 처리하고 소리를 처리해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농부이기도 하고 목수기이도 하며 도예가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것은 IQ가 높다고 해서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세계인 것입니다. 곤란하게도 IQ 가 높은 사람일수록 농부나 기술직의 사람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결국광고의 재미에 접하지도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저의 친형은 마이니치(每日) 신문의 기자였습니다. 저와는 달리 IQ가 높고 상당한 지식인으로서 문장도 아주 잘 씁니다. 제 친형과는 사이가 좋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눕니다만 저와는 물과 기름(그는 신문인, 나는 광고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글과 사진을 취급하면서도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이지요. 한가지 논점을 계속 파고드는 구심적(求心的)사고의 신문인과 확산적, 원심적(遠心的)인 세계에 익숙해져 있는 광고인의 차이를 형을 만날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신문인 뿐만아니라 출판인, 방송인, 대학교수 등에서 볼 수 있는 인텔리 공통의 사고패턴이 있습니다. 논리 구축의 수법, 연역적·귀납법적인 문제 정리의 방법, 그것은 바로 「6·3·3·4년제」라는교육에 있어서 몸에 익힌 사고법이며 그것이 인텔리들의 공통어이기도 합니다.

우리들 광고인이 이 INTELLIGENT(지능) 속에 몸을 두고 있는 한 풍요로운 생산은 얻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즉, 뛰어난 실무가는 생길지 몰라도 창조적인 광고인은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광고인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하루 빨리 이 「6·3·3·4」의 사고체계로부터 벗어나야 바로써 창조적인(INTELLCCTUAL)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입니다.

35년간의 총괄로 정리한 레포트의 마지막에 저는 회사에 대해 덴츠(DENTSU) 농업연수원의 개설을 제안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10년 동안 생각해 왔던 구상으로 IQ가 높은 신입사원들의 3개월 동안의 연수기간 중 강사를 붙여서 농업을 경험하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즉 한번쯤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서 태양과 자연과 흙과 교류하는 순수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지요. IQ 라든가 고정관념을 타파해서 풍요로운 감수성을 되돌리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일지 말지는 의문입니다만 덴츠는 토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요로운 감수성과 생리적으로 사물을 받아들이는 능력, 이것이 창조라는 일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광고회사의 채용, 교육의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만 (광고=창조적 작업)이라고 한다면 광고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INTELLIGENT(지능)가 아닌 INTELLECTUAL(지혜, 창의)인 것입니다.

II.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한마디로 쉽게 규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예를들어 CD나 스텝들을 지도할 때 혹은 체크 포인트의 잣대로써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다음 3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A. 비(非)라고 하는 기호

B. 도전적인 '컨셉트'

C. 더욱더 아이디어

A. 非는 부정적인 의미의 부(不)가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일상, 비논리 , 비현실, 비조화(부조화), 비상식, 비합리...」 비(非)는 인간의 욕망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생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해진 일상 속에 있더라도 그때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 비(非)적인 즐거움으로 충만되고 있기 때문이 인생을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비(非)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TV-CF를 볼 때의 태도를 생각해 본다면 그야말로 비(非)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에 非(비)적인 요소를 넘는 것은 극히 중요한 일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을 받아들이는 쪽이 극히 非(비)적인 상태, 즉 자신의 욕망에 의거해 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레서 광고에 비(非)적인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됩니다.

비(非)적인 요소가 있는 광고는 재미있는 광고가 될 수 있지만 비(非)가 없는 광고는 단순한 광고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광고에서는 말, 비주얼, 소리 그 어딘가에 비(非)적인 것을 반드시 넣어야만 합니다.

B. 도전적인 '컨셉트'

'컨셉트' 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혼동되고 있으며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컨셉트의 개념은 기성 개념과 대립되는 생각, 혹은 발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산토리사의 '브랜디를 미즈와리(물에 티서 먹는 것)로 해서 마시자' 라는 캠페인을 봅시다. 그때까지 브랜디의 기성 개념이었던 부자가 저녁에 여유롭게 한 잔 마신다는 유럽식 개념을 물에 타서 마음껏 마신다고 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또 한가지 예을 들겠습니다. 이전에는 카메라 하면 귀중품이었습니다. 그 카메라를 스포츠 용품으로 대중화 한 어느회사의 캠페인은 "나의 카메라는 라켓이다" "내 카메라는 유격수처럼 셧터를 눌렀다"는 식의 헤드라인을 통해 그때까지 귀중품이었던 카메라를 마치 스포츠용품처럼 새로운 용도를 제안하여 카메라 시장을 확대하고 개척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던 것입니다.

제가 직접 관여했던 캠페인 중에는 <하얀 크라운>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도요타 자동차의 크라운 하면 2000cc급의 고급차로 당연히 회사용으로 사용되는 검정색차라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이것을 "하얀 크라운"로 바꾼 캠페인을 전개하여 일반사람들도 즐겨 탈수 있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도전성이 없는 컨셉트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대한 도전, 시장에 대한 도전, 사회에 대한 도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컨셉트에 도전성이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미팅에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C. 더욱 더 아이디어

이것은 그야말로 아이디어입니다. 아주 소박한 아이디어가 파급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고래의 그림을 기체에 그려서 하늘에 직접 띄운 ANA의 마린 정보 캠페인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에 있어서 빅 아이디어란 처음에 보기에는 아주 소박한 것일 수 있습니다. 아주 소박한 것이기에 처음에 그것이 나왔을 때에는 반대든 찬성이든 참석자들의 반향이 많이 나와야만 합니다.

광고에 아이디어가 있느냐 없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느냐 없느냐가 때로 그 기업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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